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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4월 7일은 ‘제63회 신문의날’이다. 신문의날은 1896년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이 창간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57년에 제정됐다. 한국신문협회는 지난달 20일 제63회 신문의날 표어 공모전 대상 수상작으로 ‘신문 보며 배우네 나무도 숲도 읽어내는 안목’(채승혜·64·제주)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우수상에는 ‘착 펴면 척 보이는 세상, 다시 신문이다’(김현진·43·경기 시흥)와 ‘급류를 타는 세상, 방향키 잡는 신문’(이주상·18·서울) 등 2편이 뽑혔다. 신문의 장점과 특징을 매우 인상적으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상자에 대한 시상은 4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제63회 신문의날 기념대회에서 이뤄진다.

 신문은 매스 미디어의 원조이지만 요즘엔 ‘신문의 위기’라는 말이 보편화될 정도로 환경이 급변했다. 구독자 수의 감소 및 젊은 세대의 신문 이탈, 광고 수입 감소, 동종 또는 다른 매체와의 과당경쟁 등으로 어려움을 맞고 있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신문의 쇠퇴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얼마 전에 고위 공무원에 재직 중인 후배를 만난 적이 있다. 이런 저런 사담을 나누던 중 요즘 행정고시를 합격해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는 사무관들의 기안문서와 보고서 작성 능력이 과거보다 현저히 저하됐다면서 실망과 불만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사실 요즘 대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과 문장 표현력은 부족한 편이다. 강의도 주로 파워포인트 등 영상자료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두터운 이론서적을 정독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생들이 교재조차 구입하지 않고 한 학기 수업을 마치는 경우도 흔하다. 교재의 내용 중 필요한 부분만 복사하거나 사진을 찍는 등의 방법으로 수업 자료를 활용한다. 더욱이 요즘엔 신문을 읽는 학생도 드물다.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을 읽는 것이 사고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데도 이를 읽는 학생들이 많지 않은 것이다. 주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감각적이고 단편적인 뉴스를 접하다 보니 위험한 ‘가짜 뉴스’에 무방비로 노출되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우수한 인재로 키우려면 신문을 읽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먼저 부모가 진지하게 신문을 읽는 모습을 자주 자녀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튼 요즘 학생들은 도무지 글을 잘 읽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문장의 전후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향상되기 어렵다. 종이 신문을 읽는 것이 논리적 사고력과 문장 표현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신문 배달을 잠깐 경험해 봤다. 독자들에게 새 소식을 전하기 위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뛰어 다니는 일이 보람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겨우 한 달을 채우고 바로 그만 뒀다. 이른 새벽 신문보급소에 가면 야간열차에 실려 도착한 조간신문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는데, 코를 찌르는 신문잉크 냄새가 뭔가 신선한 느낌을 줬다. 아침에 신문을 탐독하는 일은 가정과 직장의 보편적 일상이었다. 신문에는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담겨 있다.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격변기 때마다 신문이 고난을 겪었다. 광고 없는 신문이 인쇄되기도 했고, 공권력에 의해 강제로 통폐합되기도 했다. 우리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제2항은 "언론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상은 과거에 얼마나 많은 불법이 밤낮 없이 행해졌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은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꿋꿋이 감당해 왔다.

 그 덕택에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이나마 민주주의를 향유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신문 종사자들의 노고와 희생에 새삼 마음이 숙연해진다. 공정·신속한 보도, 유용한 지식과 정보 전달을 통해 신문이 앞으로도 계속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듬뿍 받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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