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경기에서 탁구공은 주인공이다.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 선수도 탁구공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경기 중에 넘어지거나 다치면서도 공을 쫓고, 차고, 던지고, 때린다. 관중은 공의 움직임에 따라 열광과 환희, 좌절과 실망 등을 쏟아낸다. 그만큼 탁구 경기에서 탁구공이 중요하기에 엄격한 규정과 잣대를 적용받는다.

 탁구공의 무게는 2.7g에 불과하지만 라켓이 가벼운 탓에 셔틀콕만큼 속도를 내지 못한다. 그래도 시속 180㎞에 달한다. 그래서 국제대회나 프로리그에서는 국제공인구 제작을 스포츠 전문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탁구는 여느 구기종목보다 세밀해 공 움직임의 미세한 차이가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14.jpg
▲ 기현프레시젼 자체 브랜드 에이브로스(ABROS) 탁구공.
# 지역을 넘어 세계로… ㈜기현프레시젼

 "중국·일본·독일에 이어 4번째로 국제공인탁구공 승인을 받았다. 이제부터 탁구공이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 ㈜기현프레시젼을 만나면 확실히 다르다고 바뀌실 것이다. 공의 탄성과 무게중심을 정확히 맞춘 자체 브랜드인 에이브로스(ABROS)로 초보자들도 빠른 스피드와 스핀 향상을 경험해 보시기 바란다."

 화성시에 소재한 국내 탁구공 전문 생산기업 ㈜기현프레시젼의 사업총괄 이강욱 이사는 "좋은 탁구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공의 무게중심"이라고 강조했다. 무게중심이 정확히 중앙에 있어야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똑바로 보낼 수 있어 스피드가 빨라지면서 파워와 회전 모두 향상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탁구공에 코어를 넣고 굳히는 과정에서 코어가 한쪽으로 쏠리는 바람에 정확한 무게중심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탁구공 국내 제조업체들은 무게중심을 고려하지 않아 자체 생산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강욱 이사는 국내 탁구공 제조업체 중 어느 회사도 해결하지 못한 것을 말끔히 해결했다고 자부한다. 그는 "에이브로스는 국내 최초로 ITTF(국제탁구연맹) 공식 탁구공으로 지정된 제품으로, 엄격한 국제규격을 합격했다"며 "탁구를 치는 모든 이들에게 최적의 공인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높은 진입장벽?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2014년 ITTF는 탁구공의 재질을 셀룰로이드에서 플라스틱으로 변경했다. 민간항공기구(ICAO)가 인화성 높은 셀룰로이드를 위험물로 분류하면서 물류 이동이 어려워짐에 따라 120년 만에 탁구공의 소재가 전격적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에 발 빠르게 중국과 일본은 2014년에, 독일 기업은 2015년에 바뀐 소재로 공인구 제조자 자격을 획득해 탁구공 시장은 수년간 이들 3개국 메이저 업체들만의 각축장이 됐다.

14-1.jpg
▲ 기현프레시젼 자체 브랜드 에이브로스(ABROS) 탁구공.
 이후 5년간 추가적인 제조자가 나오지 않을 만큼 플라스틱 탁구공은 제품 양산의 난이도와 높은 연구개발비용 등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 새롭게 진입하는 제조업체는 향후 나오기 힘들 것으로 당시 업계는 바라봤다.

 기현프레시젼은 오히려 탁구공의 소재가 바뀌는 큰 전환기에 이미 보유한 금형기술과 화학원료, 가공기술을 적용하면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겠다는 판단 하에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도전의 시작은 바로 고난의 시작이었다.

 이 이사는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 했던가. 연구개발 후 생산으로 적용하는 것이 굉장히 힘든 과정임을 곧 알게 됐다"며 "특히 ITTF가 요구하는 공인구 생산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연습구와 달리 기술적 난이도가 월등히 높고 균일한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으로, 수율을 높여야 하는 숙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복에 반복을 더하며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 5년간의 연구개발 기간을 지나서야 양산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균일한 양산을 위한 생산설비 자동화 시스템을 차근차근 구축하는 한편, 탁구공을 접합하는 접착공정에 무독성 물질을 사용함으로써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 작지만 강한 기술력… 세계 무대에 도전하다

 천신만고 끝에 국제 공인구 자격을 획득했지만 이 이사에게도 고민은 있다. 그는 메이저 업체가 쌓아놓은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탁구산업에서 국내 중소기업도 아닌 경기도의 한 소기업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14-2.jpg
▲ 기현프레시젼의 사업총괄 이강욱 이사
 이 이사는 "지난 2월 국제 공인 탁구공이 세상에 나왔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또 탁구공은 유명 선수들이 사용하느냐 마냐가 브랜드 가치의 갈림길이 된다. 대부분 선수들은 메이저 업체의 후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후원업체의 공이 아니면 경기뿐 아니라 연습할 때에도 사용할 수가 없다"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선수를 후원하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탁구공에서 만큼은 한국인이 자랑스러워 하는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탁구 전문업체로 성장하는 것이 이 회사의 일관된 목표다.

 이 이사는 "기술력은 전 세계적으로 입증받았기에 이제 시작이다"라며 "앞으로 탁구공은 물론 탁구용품을 아우르는 업체로 성장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탁구 전문업체로 성장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세상에서 빛을 보기까지의 과정은 실로 고되고, 암흑 속을 헤매는 것과 같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 없이는 결과를 이룰 수 없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엄청난 가치를 자산으로 삼아 지금이 아니라도 꼭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루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사진=기현프레시젼 제공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