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리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실시한 ‘내부형 교장공모제’ 도입 찬반 투표 과정에서 조작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부형 무자격 교장공모제도를 폐지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내부형 교장공모제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 한 교사가 투표지 10여 장에 ‘찬성’으로 표시한 뒤 투표함에 넣어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경찰에 적발돼 공문서 위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안이다.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일반 학교와 대부분의 혁신 및 자율학교에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같은 학교 재직 교원뿐만 아니라 최근 2년간 재직했던 교원도 지원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유독 내부형 학교에만 같은 학교 재직 교원의 공모 교장 지원 자격을 부여한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 교장공모제 실시 여부는 학부모와 교직원 등 의견을 수렴하고는 있지만, 숫자가 적은 교직원의 의견이 과다하게 적용되다 보니 결국 교직원이 원하는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무자격 교장공모에서도 사실상 거의 모든 공모 학교에서 해당 학교 재직 교원이 교장으로 선발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간에서는 사전 내정설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으로, 교육감 코드에 맞는 특정 교육단체 소속 교사를 승진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무자격 교장공모제가 학교공동체의 특성에 맞는 교장을 선발해 학교 교육력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라고 하지만, 학교장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는 현실과 선발 과정에서의 투명성·형평성 상실 등을 감안한다면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교장은 확고한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인적·물적 관리와 회계 관리 능력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막중한 자리로, 학교 경영의 모든 권한과 함께 책임도 같이 지고 있다. 모든 직종에 전문가를 요구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교장 자격증을 소지한 교원을 교장으로 임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장자격증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무자격 교장이 자격 있는 교장보다 학교 경영을 잘할 수 있다는 객관적 지표나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잘못된 실험의 피해자는 교사가 아닌 학생과 학부모들임을 명심 또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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