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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현 국민대 겸임교수
# 일대일로와 중국제조 2025

 시진핑이 중국 주석으로 임기를 시작한 2013년 화려하게 등장해 충칭시장인 보시라이 등 오랜 정적들을 부패 혐의로 대거 낙마시키면서 지도력을 과시함은 물론 개혁개방의 아버지인 등소평의 유훈인 도광양회(미국에 대항하지 말고 내실을 기하라는 의미)의 전통을 깨고 대외적으로 천명한 정책이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2025년에는 미국의 제조업 능력을 뛰어 넘어 세계 최고의 제조 기술을 보유한 국가로 부상하고자 하는 ‘중국제조 2025’를 야심차게 추진한다. 2013년 전후에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석학들도 머지않은 장래에 중국의 국부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을 앞다퉈 발표하며 중국의 새로운 중국몽(中國夢)은 가시화된 듯 보였다.

 이 같은 전망이 급전직하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부터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는 가시화되기 시작하면서 승승장구하던 중국의 제조업은 발목이 잡히면서 시련의 시기를 경험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의 상징이면서 정권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통신장비회사 화웨이는 스파이 혐의로 최고경영자인 멍완조우가 캐나다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송치될 날을 기다리며 동맹국들에게 5G 통신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해 사실상 글로벌 마케팅이 마비되는 거래절벽을 경험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중국의 대표적 전자기기회사인 ZTE(中興電子)와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투자로 5년 내 삼성을 능가하겠다던 반도체 기업인 푸지엔진화(福建晋華) 역시 기술 탈취 및 스파이 혐의로 사실상 영업이 마비되는 등 중국 제조업의 위세는 꺾여 일부 섣부른 분석가들은 중국 경제의 심각한 추락을 경고하기도 한다.

# BAT와 중국 기업의 갈라파고스화

 중국 기업은 대부분 강택민 주석이 집권하던 1990년대 고도 성장기를 구가하며 소위 BAT(Baidu, Alibaba, Tencent)의 IT공룡기업이 출현하는 계기가 된다. BAT는 중국에서 글로벌 기업인 FAANG(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을 철저히 몰아내고 세계의 특허를 독점하는 등 프로토콜 경쟁에서 미국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부픈 기대를 갖게도 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IT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중국 당국의 보안 검열을 받는 절차가 필요한데 미국의 FAANG으로서는 FBI의 영장에도 불복할 정도로 운영체계의 보안성을 철저히 강조하기 때문에 아직 중국 시장에는 진출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따라 중국의 인터넷 시장은 내국 기업인 BAT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의 보안 검열이 스파이 활동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서방국가의 의심과 함께 중국의 IT프로토콜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괴리되는 심각한 갈라파고스화를 경험하고 있다.

# 중국의 기업가 정신 퇴조

 2018년에 돌연 알리바바의 창업자이며 중국 최고 부호인 50대 초반의 마윈이 2019년 회장직 은퇴와 지분 포기를 발표했다. 중국 벤처신화 주인공의 돌연 퇴장은 중국 젊은 벤처 기업인들에게는 큰 충격이었고 이에 따라 벤처기업의 천국인 선전과 베이징의 벤처 타운은 급격히 위축돼 많은 벤처기업이 폐업하는 심각한 기업가 정신의 퇴조를 보이고 있다. 마윈의 퇴장과 BAT 기업의 위축에는 시진핑의 최대 정적인 강택민 계열의 기업인들에 대한 정권 차원의 견제라는 분석도 있어서 이는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서방 기업인들의 눈에는 곱게 비칠 리가 없다. 적지 않은 중국의 대기업 회장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거나 부패 혐의로 갑자기 구속되면서 기업 경영에서 갑자기 퇴장하는 환경에서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개인적 판단으로는 중국경제가 단기간 내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다음 번 칼럼에서 다루기로 하고 이번 회는 한중 간 경제교류 차원의 주제로 국한하고자 한다.

# 한중 경제협력의 과제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으로 흑자규모는 매년 확대돼 2018년에는 홍콩에 대한 무역 흑자를 포함할 경우 700억~800억 달러 규모로 한국이 무역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큰 이득을 얻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일견 맞는 분석일 수도 있지만 한국이 무역흑자를 얻는 대부분의 제품은 글로벌 경쟁가격에 의한 반도체, 석유화학제품, 기계류 등 중간제품으로 중국에 수출하지 않더라도 다른 나라에 얼마든지 팔 수 있는 제품이 주종을 이루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반면 나의 적지 않은 지인들은 소상공인 형태로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1990년대 초기에는 비교적 장사가 잘되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급격한 경기 하강으로 유일한 재산인 공장부지 매각의 희망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으나, 이 또한 공장용지의 용도변경이 사실상 정부의 비협조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한숨으로 연명하는 기업인들이 대부분이다.

 한때는 한류의 상징으로 대거 진출한 미용사, 한식당 역시 최근 급격한 경기침체로 사업장에서 야반도주하는 경우도 자주 목격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법규로 인해 재산권을 사실상 제한 당해 파산하는 중국 현지 진출 기업의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중국의 작은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한국인이지만 사업에 실패해 한국으로 돌아올 여건이 안되고 자녀들도 한국인 학교에 보낼 형편이 안 돼 중국인 학교에서 공부해 사실상 한국어는 물론이고 한국인의 문화 혜택과 특성을 상실한 기업인의 초라한 단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중국에 대한 무역흑자로 외교적 저자세를 취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정부는 중국에 진출해 국제 미아로 떠도는 소상공인의 눈물을 생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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