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게
89분 / 드라마·멜로·로맨스 /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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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을 준비하는 시인 ‘진아’는 오랜 연인의 뜻밖의 사고 이후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대학교에서 시 수업을 하고, 책방 낭독회에 가고, 친구를 만나며 겉으로는 괜찮은 듯 보이지만 추억과 일상을 헤매며 써지지 않는 시를 붙잡고 있다.

 연극배우인 ‘길우’는 시인 ‘진아’의 오랜 연인이다. 이들은 직접 머리를 염색해 주기도 하고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고 불꽃놀이를 하며 수많은 추억을 공유하는 행복한 커플이다.

 하지만 여느 커플처럼 심하게 다툰 어느 날 길우가 뜻밖의 사고를 당하게 되며 진아의 일상을 잠식한다.

 이 영화는 단편 ‘사일런트 보이’로 국내외 영화제의 수상과 초청을 받으며 존재감을 드러낸 박근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박 감독은 "비극은 잊혀지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슬퍼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며 "우리가 흘려보낸 이 시절을 사랑했던 사람들과 시와 시인들, 기쁨과 아픔들을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진아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는 카메라가 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진아의 모든 것을 함께 하게 한다. 특히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진아의 감정을 따라가도록 해 관객들이 주인공의 모든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하도록 한다.

 영화의 제목처럼 ‘한강에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로케이션 장소인 한강은 주인공들이 자전거를 타고, 편의점 앞에서 라면을 먹거나 불꽃놀이를 하고, 나무 밑에 모여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진아에게 연인 길우와의 추억이 가득 찬 곳이다.

 진아 역을 맡은 배우 강진아는 그동안 200여 편의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았다. 영화 ‘소공녀’의 링겔녀 ‘문영’ 역을 맡아 신스틸러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길우 역을 맡은 배우 강길우는 10년째 연기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연극배우로 데뷔해 탄탄한 연기력으로 작품마다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고 있다.

 이 영화는 제18회 전북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인 옹골진상을 수상했고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언급을,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영화는 4일 개봉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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