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개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인천지하철에 최소한의 이동시설만 갖추고는 예산을 들먹이며 확충에 소극적이다.

4일 시에 따르면 현재 인천지하철 1호선 29개 역에 설치된 지상 엘리베이터는 35개, 지하 엘리베이터는 48개다. 에스컬레이터는 지상에 53개, 지하에 24개가 설치돼 있다. 모든 역에 최소 하나 이상의 교통약자 이동시설이 설치돼 있다.

문제는 많은 출구 수에 비해 엘리베이터가 하나뿐인 역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인천시청역은 출구가 9개이지만 지상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는 9번출구 한 개뿐이다. 이로 인해 도서관이나 시청을 방문하려는 휠체어 이용자들은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는 수고를 감수해야만 한다. 예술회관역 또한 출구가 11개이지만 엘리베이터는 역시 하나뿐이다. 노동청이나 경찰청을 방문하려는 교통약자 민원인들은 반대 방향으로 나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만 한다. 이렇게 출구가 4개 이상이지만 엘리베이터가 한 개뿐인 1호선 역은 총 12개다.

시는 지난해까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위해 편의시설을 확충해 왔다. 2008년부터 10년 동안 국비 210억 원을 지원받아 총 사업비 530억 원을 들여 22개의 엘리베이터와 92개의 에스컬레이터를 확충했다. 하지만 국비 지원사업이 끝난 올해부터는 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 국비 없이는 추가 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게 시 입장이다.

시는 내년부터 2년간 8개 역에 승강장 내부 엘리베이터 1개, 외부 엘리베이터 4대, 외부 에스컬레이터 6개를 추가할 구상이지만 이 역시도 국비 지원이 담보돼야 한다. 예상되는 총 사업비는 143억 원으로, 이 중 국비는 86억 원 상당이다. 생활SOC(사회간접자본) 국비 지원사업으로 사업비를 따내지 못하면 재원 마련은 불투명해진다.

인천지하철에서 엘리베이터 확충이 필요한 역은 총 12개로 파악된다. 하지만 시가 엘리베이터 확충을 계획한 역은 인천터미널역, 간석오거리역, 작전역, 문학경기장역으로 총 4곳에 그친다. 연간 67만 명 이상의 교통약자가 이용하는 계산역과 108만 명이 이용하는 부평시장역을 포함한 8곳은 확충 대상에서 빠져 여전히 보행자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시 관계자는 "사업비 규모가 워낙 커서 시비를 자체적으로 모두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계속해서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유리 인턴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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