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한 마을에서 잔불을 정리하고 있는 인천소방대원들.  <인천소방본부 제공>
▲ 5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한 마을에서 잔불을 정리하고 있는 인천소방대원들. <인천소방본부 제공>
"사방 천지가 불에 타는 것을 보고 소방대원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무기력해졌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집과 재산이 불타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무너질 동해안 주민들 생각에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 잡았어요."

지난 4일 오후 7시께 강원도 고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동해안 사방으로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강한 바람에 확산 속도가 1시간에 5㎞에 달했다. 같은 시각, 인천지역 소방관들은 이례적인 큰 불을 보며 지원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결국 인천소방본부는 현장에 소방차량 등 소방력을 급파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활동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서재영 소방위는 인천남동소방서 담방119안전센터 동료들과 투입을 자원했다. 마음은 급한데 갈 길은 멀었다. 출발부터 난관이었다. 물 3천L를 싣고서는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물 무게로 인해 급정지할 경우 차가 앞으로 쏠리면서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진입한 속초 현지는 그야말로 불바다였다. 14년 차 베테랑인 서 소방위도 넋을 잃었다. 그는 이내 자신이 소방관임을 되새기며 고성군 토성면 일대 투입을 준비했다. 그때 산 중턱에 있는 공장 2개 동이 불에 타고 있었다. 하지만 물 수급 문제로 둘 다 진화가 어려웠다. 순간적으로 진화에 보다 효율적인 공장 1개 동을 선택해 불을 껐다.

서 소방위는 "평생 일군 공장이 불에 타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장님의 마음은 처참했을 것"이라며 "그분은 울분이 터져 나올 텐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냉정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 가슴 아팠다"고 안타까워했다.

인천소방본부 이경철 소방경도 지휘 지원과 인력 배치를 담당하는 연락관으로 투입됐다. TV로 산불 소식을 접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그는 "아빠 회사에서 급하게 전화가 왔다"는 딸의 말에 잠이 깼고, 곧바로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이후 소방차에 탑승한 후 강원도로 향했다.

이 소방경은 "현장에서 하루 남짓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전국의 소방관들이 솔선수범했다"며 "피해를 입은 강원도민들이 하루빨리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하시길 바라고, 잔불이 정리될 때까지 남아 있지 못해 죄송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강원도 산불은 고성과 속초·강릉·동해 등 축구장 면적 742배에 해당하는 총 530㏊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인천시는 소방차 51대와 소방인력 139명을 현장에 긴급 투입해 진화를 도왔다.

장원석 기자 ston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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