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10일 방미 길에 오른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미 북한은 하노이 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가브리엘 독일 전 외무장관도 지난 4일 "북한 지도부가 핵무기를 파기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핵무기 개발은 그들에게 외부로부터의 정권교체 시도에 대항할 수 있는 생명보험과도 같다"고 말했다. 미국도 강경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약속을 입증할 때까지 제재를 해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주 열린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가능한 비핵화(FFVD)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대북제재를 계속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북미 간 간극이 워낙 극명하게 드러난 상황인지라 문 대통령이 중재할 수 있는 여유공간도 그리 넓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방법은 하나다. 양측이 조금씩 물러서도록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대안은 우선 1단계로 핵 물질·무기를 제조하는 시설만 모두 공개하고 제거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지금껏 만든 핵 물질·무기는 여전히 보유한 상황이 되고, 미국은 북한을 (단기적으로나마) 핵 물질·무기의 추가 제조가 불가능한 상태로 변화시킨 성과를 얻게 된다. 이 정도까지만 간다면 국민들도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호의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UN의 추가적인 대북제재 해제는 이후 2단계 협상을 통해 ‘북에 남은 핵 물질·무기와 생화학 무기 제거, 핵 연구개발 인력 문제의 해소’ 등과 함께 진행해 나가면 될 것이다.

 더 이상 애매모호하게 접근해선 안 된다. 지금 미 정부와 상하원에는 "북한에게 그동안 충분히 속았다"며 "북한 말만 믿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기존처럼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거나 "핵과 관련이 없는 징벌적 제재는 풀어줘야 한다"는 식의 논리와 주장은 통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철저하게 ‘현실성과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정상회담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비핵화의 불씨도 살리고 한미동맹도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