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스마트허브(시화산단)에서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A중소기업은 지난 1일부터 생산라인 3군데 중 1곳만 가동하고 있다. 근무 인원 수 중 다수가 퇴사하거나 이직하면서 2개 라인을 더 운영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주 52시간제가 실시되면서 야근·특근이 줄며 월급이 20% 이상 줄었다. 타사로 이직하거나 퇴사하는 직원들이 많아졌다"며 "정부의 시행 목적은 이해하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경영 악순환은 계속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4월 1일 본격적으로 시행된 가운데 경기도내 중소기업들은 경영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경기도내 중소기업계와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주 52시간 근로제 유예기간이 끝나고 지난 1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도내 300인 이상 중소·벤처기업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인력 확충 등 대기업처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가 조사한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결과를 보면 주 52시간 근무로 중소기업은 평균 6.1명의 인력이 부족하고, 근로자는 월평균 27만1천 원의 임금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지역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유예기간 종료로 대기업이나 관련 업체들이 추가 인력 채용을 확대, 중소기업들의 인력 충원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공급단가는 계속 낮아지는 상황에서 주 52시간제를 적용하면 납기 지연, 단가 인상 등이 불가피한데, 원청업체에 납기나 단가를 맞추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건 사업을 그만두겠다는 소리"라고 말했다.

반면 인력이 충분한 대기업 등은 자율근무시간 선택 등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주 52시간, 나아가 주 40시간제를 운영 중이지만 중소벤처기업들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중기중앙회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도내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다 신규 직원 채용도 원하는 만큼 할 수 없어 장시간 근로가 불가피한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며 "탄력적 근로시간 확대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 52시간 근로제를 어겨 적발된 사업장은 시정명령을 받게 된다. 시정명령 이후 최대 4개월의 시정기간이 주어지고, 개선되지 않을 경우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형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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