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홈구장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요즘 극적인 승부가 자주 펼쳐져 ‘문학극장’이라 불린다.

SK는 현재 KBO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10승(4패) 고지에 오르며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치른 14경기 중 13경기에서 3점 차 이하의 접전을 펼쳤고, 10승 중 5승을 ‘끝내기 승리’로 장식했다. 역전승 비율은 80%(8승)나 된다. 7회까지 뒤진 6경기에서 2승(승률 0.333)을 거두며 이 부문 전체 1위까지 차지했다. 문학극장에서의 경기는 늘상 쫄깃하고 대부분 짜릿하게 끝났다.

SK의 극적 승리 횟수가 많은 이유는 단단한 마운드에 있다. SK는 시즌 팀 평균 자책점 2.86으로 LG 트윈스(2.24)에 이어 2위다.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와 브록 다익손은 안정적인 원투 펀치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국내 선발 김광현, 박종훈, 문승원도 맹활약 중이다. 특히 문승원은 2경기 평균자책점 0.64를 기록해 1선발 같은 ‘5선발’의 실력을 자랑한다. 박민호, 서진용, 하재훈, 정영일, 김태훈 등 불펜의 힘도 만만치 않다.

반면 시즌 최하위를 기록 중인 ‘팀 타율 0.228’에서 확인되듯 타자들은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다. 그래도 SK는 극적으로 승리한다. 부진한 팀 타선이 결정적인 상황마다 한몫해 내기 때문이다.

SK는 지난 4일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에서 2-6으로 뒤진 7회말 공격에 무려 3명의 타자가 홈런포를 쏘아 올려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연장 11회말 강승호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했다. 6일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에서도 지독한 슬럼프에 시달리던 간판 타자 최정이 1-1로 맞선 9회말 무사 1, 2루에서 기습번트 안타로 끝내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SK 타자들은 평소엔 부진해도 경험과 집중력, 희생정신으로 승부처마다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투타 능력을 조율하는 SK 염경엽 감독의 역할도 크다. 염 감독은 부진한 최정, 제이미 로맥, 노수광, 강승호, 김성현 등 주전 타자들에게 끊임없는 신뢰와 박수를 보내며 독려하고 있다. 염 감독은 "한 시즌을 운영하다 보면 타선이 침체할 때가 있다. 우리 팀은 그 시기가 비교적 일찍 왔다. 슬럼프를 겪는다고 해서 기다려 주지 않으면 반등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흥행이다. SK는 쌀쌀한 날씨 탓인지 올 시즌 홈경기 평균 관중이 1만1천60명에 그치고 있다. 지난 시즌 같은 시기 홈 평균 관중 수 1만4천209명에서 3천 명 이상이 빠졌다.

문학극장은 팬들의 호응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SK는 올 시즌 1만 명 이하 관중이 모인 경기에선 6승4패에 그쳤지만, 1만 명 이상 관중이 모인 4경기에선 모두 승리했다. 이번 주에는 9~11일 한화 이글스와 원정 3연전, 12~14일 KIA 타이거즈와 홈 3연전이 이어진다. 안정적 마운드와 부진한 상황에서도 한 방을 터뜨리는 타선에서 어떠한 성과를 드러낼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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