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철책을 걷어 낸들 바다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인천시가 2000년대 철책 제거사업을 끝낸 연수구 아암도와 미추홀구 갯골수로의 얘기다.

시민의 염원이 모여 철책 철거를 이뤄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게끔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1999년 인천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연수구 동막역에서 해안 철책 제거를 위한 ‘인천시민 바다 되찾기 운동 걷기대회’를 진행했다.

해안 철책이 도시 미관은 물론 지역 정서와 발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문제 제기와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었다. 그 결과, 2000년 4월 아암도 주변의 1.2㎞ 구간이 마침내 철거됐다. 아암도는 한 차례 사유지화 됐다가 시민들의 힘으로 되찾아온 특별한 땅이다. 송도유원지를 소유하고 있던 인천도시관광은 1999년 4월 한 개인에게 아암도 6천58㎡를 팔아 넘겼다.

만성적인 경영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의회를 중심으로 특혜설과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연수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시민들은 ‘아암도 되찾기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공격의 고삐를 죄었다. 결국 시는 8개월 만에 다시 아암도를 사들였다. 노력 끝에 조성한 아암도 해안공원은 여전히 고립된 섬이다.

갯벌체험장과 산책로·파고라·벤치·음수대·간이매점·주차장 등을 설치했지만 찾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철책을 걷어내기 전인 1995년은 포장마차가 집단으로 들어서 밤에도 불야성을 이뤘다. 불법 영업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노점 상인이 숨지는 일까지 발생할 정도였다.

철책도 없고 공원도 생겼지만 바람을 쐬려는 시민들로 가득했던 옛 모습을 찾아보긴 힘든 상태다. 용현 갯골수로의 철책 3.5㎞도 아암도에 이어 사라졌으나 시민들의 발길도 함께 끊겼다.

시는 인천 최고의 연안친수공간을 조성한다는 목표로 204억여 원을 투입해 2009년 호안을 설치하고 인공섬 2곳을 조성했다. 수로를 가로질러 해안도로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다리도 놨다. 친수공간으로 단장되기 전 갯골수로는 망둥어와 숭어 등을 낚으려는 낚시꾼들로 들끓었다.

하지만 철책철거 사업을 완료한 후엔 오히려 찾는 이들이 줄었다. 말끔하게 데크를 깔았지만 예전처럼 마음 놓고 낚시를 하거나 쉴 수 있는 분위기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차라리 옛 추억을 불러올 수 있도록 조개무덤길을 조성했어야 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해안도로를 끼고있는 갯골수로는 송도 갯벌에서 나오던 조개껍질이 쌓인 추억의 길이었다. 해안철책 철거 이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행정과 시민들이 원하는 곳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디를 개방하면 좋을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찾아야 한다"며 "개방 이후에 그 곳에 무엇을 조성할지에 대한 계획을 미리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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