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남동공단 해안도로 철책 철거를 시작했지만 진정한 시민들의 친수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는 8일 송도바이오산업교(4교)부터 고잔톨게이트까지 2.4㎞의 철책을 걷어낸다는 계획 아래 ‘남동공단 해안도로 철책 철거 착공행사’를 열었다. 앞으로 철책을 걷어내고 철거한 철책으로는 기념조형물을 제작해 남동공단 인근 해안친수공간에 설치하고 주변에 친환경 보행로, 공원 쉼터, 철새 관찰대 등을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한다.

 해안철책을 걷어낸 자리에 물길을 연결하고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그림은 시가 목표로 삼은 ‘열린 바다’의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바다를 돌려주겠다는 이 계획에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다. 시민의 발길을 이끌 콘텐츠다. 물론 철책선을 걷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시각적, 정서적으로 큰 효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찾는 이들이 없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첨단전자장비 시대에 철책선은 구시대적인 유물이다. 해안 철책이 도시 미관은 물론 지역 정서와 발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철거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일부 구간에 철거가 이뤄졌고 공원도 생겼지만 바람을 쐬려는 시민들로 가득했던 옛 모습을 찾아보긴 힘든 상태다. 짧은 보행로를 걷고 조형물 하나를 보기 위해 남동공단 해안도로를 찾을 사람은 많지 않다. 이는 앞서 철책을 걷고 공원을 조성한 갯골유수지와 아암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시민의 염원이 모여 철책 철거를 이뤄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시민의 뜻에 따라 향후 도심 전지역으로 철거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철책이 사라진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안도로 철책을 걷어낸 자리가 친수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물길을 따라 새로운 각도에서 시각을 확장해야 한다. 시민들이 머물고 싶은 친수공간 조성을 위해 철책이 사라진 해변에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보하고, 시민들에게 해양 체험 기회를 제공할 다양한 해양 문화공간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 철책을 철거하고 개방은 해야 하지만 개방 이후에 그곳에 무엇을 조성할지 주변지역과 연계, 철저하고 종합적인 계획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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