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jpg
▲ 장순휘 정치학박사
지난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도로변의 전봇대에 설치된 변압기 개폐기에서 불꽃이 최초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물탱크와 펌프차 등 장비 23대와 소방대원 78명을 투입해 초기 진화를 시도했으나 강풍으로 실패했다. 바람은 산불현장의 순간 풍속 초속 11.7m로 불었으며, 습도는 22%로 매우 건조한 상태라서 산불이 비화(飛火)되기에 유리한 환경이었다는 소방당국의 분석이 나왔다.

 산불은 2시간 후 오후 9시 30분께 북동향의 강풍으로 고성군 시내로 확산됐다. 설마하던 화마(火魔)가 민가를 덮치기 시작한 것이다. 야간으로 접어들면서 헬기 동원이 불가해 밤새 불이 번져가는 것을 속수무책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겹쳐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었다. 불과 1시간 만에 5㎞가량 떨어진 곳까지 확산 속도가 빨라서 도저히 수동식 인력으로는 진화가 불가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이에 앞서 오후 2시 45분께에는 인제군 남면 약수터 부근에서 발생한 화재와 오후 11시 46분께에는 강릉시 옥계면에서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소방당국도 정신 없는 상황에 빠져 들었었다.

 이처럼 강원도의 산불이 다른 지역 산불과 다른 점은 지역에 부는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양간지풍의 위력은 태풍을 능가한다. 4일 오후 8∼9시 산불이 시작될 무렵 초속 기준 미시령 27.6m, 양양공항 26.4m, 고성 26.1m, 대관령 21.7m 등 강한 바람이 불었다. 미시령에서 기록된 초속 27.6m는 시속으로 환산하면 99.36㎞다. 초속 20m 이상 강풍은 사람이 가만히 서 있기 어렵고, 우산을 폈을 때 완전히 망가질 정도의 세기다.

 소방청은 오후 8시31분을 기해 전국에 소방차 지원을 요청했으며, 오후 9시 44분에는 화재대응 수준을 전국적 재난수준인 3단계로 격상시켰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재난주관방송 책임의 KBS가 공영방송의 직무유기를 저지른 것은 문책이 따라야 한다. 오후 10시 53분에야 첫 특보를 보냈고, 오후 11시 5분 중지 후 예능방송을 한가롭게 내보냈다니….

 그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4월 5일 0시를 기해 가동됐다. 피해 규모는 산불로 인해 1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하는 피해와 주민 4천11명이 대피했으며, 8시간여 만에 여의도 전체 면적에 가까운 530ha에 달하는 산림과 주택과 시설물 총 916곳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강원도 산불이 12시간이 넘도록 진압이 안된 이유에 대해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원인으로 천재(天災)라고 발표하고 있으나 과연 인재(人災)는 없었는지를 살펴보고 재발 방지를 위한 추가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몇 가지 국가안보 차원에서 전쟁론적 함의를 해석을 해보고자 한다. 첫째, 이번 산불처럼 전쟁도 불시에 불특정 장소에서 기습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산불의 기습에 소방당국과 군 그리고 행정관청 및 주민들 모두 기습을 당한 것이다. 전쟁도 기습적으로 개전하기에 경계를 소홀이 했다가는 초전에 국가위기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2차 대전 초 독일의 폴란드 기습점령이 그랬고, 일본군도 미군의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했다. 북한의 한국전쟁 남침도 기습적으로 당한 것이었다. 둘째, 최초 산불발생 시 진화하지 못하면 대형 화재가 되듯이, 적의 초기 도발에 즉각 제압하지 못하면 전면전으로 확전된다. 산불 초기에 신속한 소방헬기 투입이 가장 효과적이므로 유비무환의 차원에서 평시 헬기를 더 보유했어야 했다. 적이 도발하면 초전에 강력하게 응징해 추가 도발이나 후속 전투력이 투입되지 못하게 초기 전투에서 전투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 와중에 소방차 총동원령은 아주 적시적절하게 전력을 집중 운용한 것으로 잘 한 것이다.

 셋째, 산불의 특징과 위협을 예측하고 맞춤형 대비를 했어야 하고, 적의 도발징후와 위력을 분석해 도발 시 응징하는 유비무환의 자세가 요구됐다. 양간지풍을 분석했다면 건조기에는 헬기들이 산림지역에 지속적인 물 뿌리기를 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소방헬기 운용을 선제적 인공강우 방식으로 건조한 산림을 방지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 평시 관리하는 것이 낳은 것이다. 북한군이라는 적이 있기에 산불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전쟁은 산불 같은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