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하면 배꼽잡고 대굴 거릴 노릇이다. 한편으로는 ‘오죽했으면…’ 하는 측은지심마저 든다.

2001년쯤 일이었다. 허다허다 인천시 서구는 개 한마리를 구했다. 그 놈의 몸 값이 1천만 원 가까이 나갔으니 솔찮은 투자였다. ‘인천시 서구 악취민원 최다.’ 헤드라인이 일간지를 도배하던 때였다.

서구지역 악취 악명은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당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경기도 시화반월 공단의 악취는 명함도 못 내밀 판이었다.

석남동과 가좌동 일대 일반공업지역에 폐수처리와 도금업체가 몰린 탓이었다. 지금도 이곳에는 인천 전체 폐수수탁처리업체 17군데 중 13군데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전국폐수수탁처리업체(48개)의 28%가 이곳에 몰린 셈이다.

공무원의 특별단속도 부질없었다. 밤새 지키고 있어봤자 고약한 냄새를 뿜는 폐수배출 업체를 찍어내지 못했다. 분명 냄새는 나는데 어느 업체의 것인지 집어낼 수 없었던 것이다. 폐수처리 과정에서 여러 화학약품이 뒤섞이고, 하수구로 온갖 폐수가 한데 뭉치다 보니 어느 업체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단속할 길이 막막했던 공무원들은 머리를 싸매고 궁리했다. ‘사람보다 10만 배 이상 뛰어난 후각을 가진 개를 써 보자.’ 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에 박수를 치며 단속에 투입할 개의 물색에 나섰다. 타깃은 훈련된 마약 탐지견이었다. 구는 일용직 공무원을 지도사로 임명하고 용케 구한 탐지견 훈련에 돌입했다.

오만가지 악취 분자 중 특정 분자를 가려내서 그와 같은 냄새를 내뿜는 업체를 쫓는 훈련이었다. 금지옥엽. 구청 주차장에 번듯한 집을 짓고, 개의 코를 매일 같이 닦겨주고 씻겨주며 극진히 대접을 했다.

구는 ‘됐다’ 싶어 탐지견을 단속현장에 데리고 나갔다. 웬걸! 훈련받은 개는 어찌할 줄 모른 채 어리둥절 했다. 단속은커녕 헷갈려 했다. 이 악취가 저 악취인 것 같고, 저 냄새가 이 냄새인 듯했던 것이다.

탐지견으로서 용도폐기된 그 개는 경계견으로 강등됐다. 보통 단속을 꺼리는 업체는 성질 사나운 개를 정문에다 묶어놓기 일쑤였다. 단속 공무원의 출입을 막거나 짖는 소리로 사전에 단속사실을 알려고 개를 배치했던 것이다.

구의 경계견은 열 일 제쳐두고 업체의 개를 상대했다. 업체의 개가 으르렁거리면 호되게 짖어 기를 죽이는 일을 맡았다. 결국 ‘개 코’ 단속은 실패로 끝났고, 3년 동안 경계견으로 일했던 그놈도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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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서구 가좌하수종말처리장. /사진 = 기호일보 DB
인천시가 폐수수탁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선다. 이번에는 무인자동측정장치인 ‘TMS’기법으로 24시간 감시체제를 갖추겠다는 심사다. 마침 폐수수탁처리업체의 TMS설치 의무화, 주요 처리시설 효율성을 따지는 성능검사 실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물환경보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도 마련 중이다.

서구 일반공업지역 폐수수탁처리업체 13곳 중 TMS를 설치한 업체는 4곳뿐이다. 나머지 9곳은 TMS 설치 없이 버티고 있다. 24시간 감시체제가 껄끄러워서다. 설치비도 1대 당 1억∼1억5천만 원으로 고가인데다 월 관리비도 200만∼300만 원이 들어 업체서 설치를 꺼려한다.

사실 폐수수탁처리업체의 방류수 배출기준은 하수종말처리장보다 느슨한 편이다. 총질소만하더라도 하수종말처리장의 방류수 수질기준은 L당 20㎎이하이다. 하지만 폐수수탁업체의 배출허용기준은 60㎎이하이다.

폐수수탁업체의 방류수를 처리하는 서구 가좌하수종말처리장(시설용량 35만t)의 방류수는 처리기준을 번번이 초과한다. 4월 들어서 8일까지 총질소를 기준 이내로 처리해 방류한 적이 없는 실정이다.

인천시는 승기하수처리장에 과부하가 걸리자 180억 원을 들여 2021년까지 고농도 폐수를 전(前) 처리하는 별도의 시설(시설용량 5만4천t) 설치를 강구하고 있다.

인천시 수질환경과장은 "지난 3일 인천지역 17개 폐수수탁처리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TMS설치 등 시설 운용 개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며 "업체들도 시설개선에 수긍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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