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인 MBC `전원일기'(극본김인강 황은경·연출 권이상)가 22년 만에 막을 내린다.
 
이재갑 MBC 책임 프로듀서는 “소재 고갈과 시청률 하락 등의 이유로 올 연말과 내년 봄 사이에 `전원일기'를 끝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80년 10월21일 `박수칠때 떠나라' 편으로 첫발을 내디딘 이래 꼬박 22년 만이다.
 
`전원일기'는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따뜻한 소재와 추곡 수매, 소값 폭락문제 등 농촌 문제와 현실을 담아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국민 드라마'.
 
그러나 1천회가 넘게 드라마를 끌어오면서 다루지 않은 소재가 없을 정도로 아이템 고갈에 시달려 온 데다 이야기가 `김회장(최불암)네'에서 벗어나 이웃 주민들의 에피소드 위주로 전개되면서 “배경만 농촌 드라마지 여타 단막극과 차별성이 없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장기 출연자들이 역시 드라마의 `폐지'를 원하고 있는 데다 한때 20%까지 올라갔던 시청률도 8%대로 급락하면서 MBC는 결국 `폐지'쪽으로 가닥을 잡게 됐다.
 
`전원일기'가 한국 방송사에 기념비를 쌓아가는 동안 작가 차범석씨(예술원회장)와 이연헌 PD를 시작으로, 각각 14명의 작가와 13명의 연출가가 거쳐갔다.
 
현재는 6대 연출자였던 권이상 PD가 다시 메가폰을 잡아 신진작가 김인강·황은경씨의 극본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가고 있다. 오는 20일로 1078회를 맞는다.
 
`전원일기'가 롱런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데에는 연기자들의 공이 컸다. 정애란·최불암·김혜자·김용건·고두심·유인촌·박순천·김수미·박은수·김혜정씨 등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력과 성실한 자세, 탄탄한 팀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출범 당시 불혹의 나이에 이순을 넘긴 김회장 역을 맡았던 최불암씨는 이제 분장에 신경쓰지 않아도 배역에 걸맞은 나이가 됐으며, 83년에 양촌리로 시집온 일용처(김혜정)도 이제는 딸 복길이(김지영)를 시집보낼 때가 됐다.
 
물론 `전원일기'가 탄탄대로만 달려왔던 것은 아니다. 주변 풍경이 급속하게 변하다보니 야외 촬영 무대 역시 우여곡절을 거쳤다. 경기도 송추에서 시작해 장흥, 양평, 청원(충북), 덕소 등을 전전하다가 현재는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에서 찍고있다.
 
뜻하지 않던 `외압'에 시달리기도 했다. 초대 작가인 차범석 예술원회장은 지난해 열린 1천회 기념행사에서 “김회장이 동네 사람들과 함께 연판장을 써 농림부에 항의하러 가는 내용을 담은 `보리야 보리야' 편이 신문에 미리 소개된 뒤 `농민들을 선동하면 안된다'는 당국의 지시로 방송이 돌연 취소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재갑 CP는 “`전원일기'가 한국의 방송사와 함께 걸어왔던 `국민 드라마'인 만큼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더이상 이야기를 끌어나가는데 한계에 부딪혀 많은 고심 끝에 종영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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