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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동안의 굶주림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4월 12일 금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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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교통지옥에서 살고 있어서인지 하늘을 나는 새를 볼 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듭니다. 장애물이 하나도 없는 텅 빈 공간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까요.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새가 날기 위해서는 공기라는 장애물을 늘 극복해야 합니다. 진공상태에서는 날지 못하고 땅에 떨어져 버린다고 해요. 공기는 장애물인 동시에 꼭 필요한 도구인 셈입니다.

 어느 조류연구가가 백로들이 많이 서식하는 어느 섬에서 3년 동안 연구한 끝에 쓴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미는 갓 태어난 새끼들을 정성껏 기릅니다. 비가 오면 자신의 날개를 펴서 비를 막아줍니다. 그것도 비가 그칠 때까지 펴고 있다고 하니 무척 힘들 겁니다. 그러나 그렇게 사랑으로 키워 어느 정도 자란 다음에는 3일 가량을 굶긴다고 합니다.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채거나 둥지를 나가려고 할 때마다 어미는 새끼들의 연약한 몸을 심하게 쪼아댑니다. 그렇게 3일을 지낸 후에 새끼들을 둥지에서 차례로 떨어뜨립니다. 만약 굶기지 않고 떨어뜨리면 새끼의 날개에 기름기가 많아 나를 수가 없다는 겁니다. 우리네 삶도 그렇습니다. 가난이라는 고통, 실연의 고통, 실패로 인한 절망감 등과 같은 고통들은 어쩌면 백로새끼의 날개에 낀 기름기를 제거하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어떤 희망의 빛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암울하고 고통스러울 겁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아무리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눈을 부릅뜨고 조금만 버티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니까요. 그때 조심스레 나아가면 됩니다.

 「긍정의 생각」이란 책에 베토벤의 궁핍했던 시절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숙집 주인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밀린 하숙비를 내라고 종용했습니다. 그래서 주인이 목조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릴 때면 베토벤은 늘 간담이 서늘해졌다고 합니다.

 "이봐, 밀린 하숙비는 안 줄 거야?" "돈이 없으면 방을 빼고 나가!"

 사정을 해서 주인이 돌아간 다음에 피아노 앞에 앉은 그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가 베토벤의 머릿속에서 솟구쳐 올랐습니다.

 ‘쾅쾅쾅 콰~앙!’

 이 소리는 하숙집 주인이 밀린 하숙비를 받기 위해 방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였습니다. 이 소리에 영감을 얻어 만든 곡이 우리에게도 익숙한 바로 「운명 교향곡 제1악장」이었습니다.

 가난이라는 고통에 굴복해버리는 순간 그 고통의 늪으로 더욱 빨려 들어가고 맙니다. 그러나 베토벤처럼 고통의 순간을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승화시킬 수만 있다면 누구나 잃어버린 의욕과 의지를 다시 불태울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로마 철학자인 세네카가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만이 불행하다"라고 말한 이유가 납득이 됩니다.

 「긍정심리학」을 쓴 마틴 셀리그만 교수는 "놀라운 것은 환자가 자신의 강인함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성장하고 변화한다는 사실이다"라고 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비관주의자는 자신의 실패나 좌절을 대단히 자멸적으로 해석합니다. 그래서 은연 중에 실패나 좌절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며 그것이 자신의 삶을 영원히 지배할 것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낙관주의자는 자신의 실패를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또한 자신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는 겁니다. 맞습니다.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일은 느닷없이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고통스러운 일 때문에 어느 사람은 고통의 늪에서 절망하고 분노하며 불행한 삶을 살지만, 어느 사람은 멋지게 극복해 재기에 성공합니다. 사실은 힘겨운 ‘일’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고통을 부릅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그 생각이 성장의 계기가 되도록 말입니다. 눈을 감고 묵상에 잠깁니다. 독자 여러분과 저는 공기의 저항을 장애로 여기는 비관주의자가 아니라 오히려 날개에 낀 기름기를 제거하는 3일간의 굶주림 정도로 여기는 낙관주의자가 돼 자유롭게 창공을 날아오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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