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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황금기를 대표하는 여신들을 꼽으라면 오드리 헵번, 그레이스 켈리, 엘리자베스 테일러, 비비안 리와 같은 전설적인 배우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는 배우는 상당히 차별화된 분위기와 독보적인 아우라를 발산하는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미국 영화연구소가 선정한 위대한 여배우 1위에 선정된 바 있는 지성미와 독립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배우 ‘캐서린 헵번’은 20세기 미국 여성들의 인식의 변화에도 영향을 준 신화적인 인물이다. 그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12번이나 올라 4회 수상한 전무후무한 기록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탁월한 연기력으로 호평받는 메릴 스트립이 여우조연상으로 1회, 주연상으로 2회 받은 기록과 비교해 본다면 캐서린 헵번의 연기 내공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필모그래피 중 캐서린 헵번에게 제2의 도약이 된 작품이 바로 ‘필라델피아 스토리(1940)’다. 데뷔 초 ‘아침의 영광(1933)’으로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작은 아씨들’을 통해 둘째 딸 ‘조’의 활달함과 호기심이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한 그녀는 대중의 사랑과 함께 미움과 시샘도 받게 된다. 그녀의 진보적인 성향은 당시 보편적으로 인식되던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와는 크게 달라 진취적이고 자립적인 헵번의 모습은 오만함으로 비춰지기에 이른다. 영화 ‘필라델피아 스토리’는 캐서린 헵번의 대중적 이미지를 호감으로 바꾸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작품이다.

 필라델피아 명망가의 장녀 트레이시는 자신을 숭배하는 조지와의 재혼을 앞두고 있다. 전남편 덱스터는 기자 2명과 함께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 참석한다. 약혼녀인 트레이시의 완벽한 면모만을 숭상했던 조지는 술에 취해 평소와 달리 감성적으로 행동하는 트레이시에게 실망한다. 한편, 전남편 덱스터는 뒤늦게 정리되지 않는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다. 반면 트레이시는 자신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자 멕컬리에게 호감을 느낀다. 똑 부러지고 당찬 성격의 트레이시였지만 그녀가 원한 건 숭배가 아닌 사랑이었다.

 영화 ‘필라델피아 스토리’는 상류계층 여성의 좌충우돌 결혼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으로, 헵번은 당당한 본연의 캐릭터 속에 사랑스러움과 연약함 그리고 익살스러운 슬랩스틱코미디를 적절하게 표현해 우아한 캐서린 헵번 식의 로맨틱코미디를 완벽히 선사하고 있다.

 지적인 대사, 완벽한 신체리듬, 정곡을 찌르는 농담과 부족할 것 없는 연기가 리드미컬한 연출력과 결합해 탄생한 이 세련된 코미디영화는 헵번 외에도 믿고 보는 배우와 감독이 총출동한 어벤저스급의 작품이다. 황금기 할리우드를 이끈 대표 감독인 조지 쿠커는 여배우의 잠재력을 찾아내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잉그리드 버그만과 오드리 헵번은 ‘가스등’과 ‘마이 페어 레이디’를 통해 기존과 다른 이미지를 선보이는 데 성공한다. 그의 마법은 ‘필라델피아 스토리’에서도 유효하게 작용해 헵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켰다. 상대 배우인 ‘캐리 그랜트’와 ‘제임스 스튜어트’는 당시 국민 배우로 통했으며, 다수의 전작에서 헵번과 호흡을 맞춰 왔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는 환상의 케미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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