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스
132분 / 드라마 /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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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CEO에서 펜타곤 수장을 거쳐 미국 부통령까지 오른 ‘딕 체니’. 재임시절 보이지 않는 이면에서 그가 내린 결정들은 세계의 흐름을 바꿔 놓았고, 뒤바뀐 역사는 다시는 회복될 수 없는 시간에 묻혀 버렸다. 이제 그가 바꾼 글로벌한 역사의 변곡점들을 추적한다.

 영화 ‘바이스’는 세계의 경제와 역사는 물론 우리의 통장 잔고까지도 쥐고 흔들었지만 정작 제대로 알지 못했던 거대한 미국의 단면들을 스크린으로 옮겨 왔다. 특히 지난 부시 정부에 대한 단순한 복기가 아닌 존재감과 영향력이라곤 없던 부통령의 자리에서 어떻게 ‘딕 체니’라는 인물이 권력을 갖게 됐는지, 그가 휘두른 권력이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가 대중에게 잊혀졌는지에 대해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다.

 이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바이스’는 미국의 정치와 세계 흐름을 짚어 내는 것은 물론 현 정부에 대한 시사점과 더불어 대중들의 선택과 무관심에 대한 이슈까지 끄집어 냄으로써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든다.

 연출을 맡은 아담 맥케이 감독은 이러한 거대한 이야기를 러닝타임 안에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로 변주해 내며 영화적 재미와 지적 경험을 동시에 전달한다. 그는 과거사를 비롯해 주변 인물, 가족관계, 사회적 지위 등 한 개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유기적 요소들을 고려하고 사회 시스템과 대중의 특성까지 파악해 실화 바탕의 스토리를 촘촘히 그려 낸다. 동시에 타임라인을 넘나들고 정체를 예상할 수 없는 인물을 내레이터로 등장시키며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흐름을 뒤엎는 참신한 구성으로 관객들의 예상을 뒤집는다.

 배우 크리스찬 베일과 에이미 아담스가 ‘딕 체니’와 그의 아내 ‘린 체니’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이 영화에서 전형적인 정치가 커플의 캐릭터에서 완벽히 벗어나 있어 더욱 흥미를 유발한다. ‘딕 체니’는 그림자처럼 고요하게 상대를 관찰하고 수를 내다보고 미끼를 던지는 인물로, 크리스찬 베일은 그런 그를 깊고 날카로운 눈빛과 절제된 움직임으로 완벽하게 표현했다.

 에이미 아담스는 남자친구의 운명을 바꿔 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한 야망 넘치는 전략가의 모습으로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이 영화는 개봉에 앞서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을 알리며 단번에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바이스’는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까지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크리스찬 베일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 영화는 11일 개봉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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