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차 북미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연말까지 새 계산법을 용단하라'고 통첩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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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20년 대선을 앞둔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빅딜' 원칙을 당장 내려놓을 수는 없는 만큼 북미가 대화의 문을 열어둔 채 긴 시간 팽팽한 긴장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연말까지로 시한을 공언한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 실험 재개 카드 등으로 점차 압박 수위를 올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북미협상의 향방에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로서도 (북미정상회담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톱다운식' 접근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김 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라면서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데 대해 김 위원장 역시 같은 방식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둔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3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회담을) 하자고 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빅딜 원칙을 토대로 협상을 재개하자는 미국의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어 "명백한 것은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 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치적으로 내세워온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물거품을 돌아갈 수 있다고 압박한 셈이다. 다만 핵·미사일 실험 재개 등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가까스로 멈춰 세워놓은 북미대결의 초침이 영원히 다시 움직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면서 수위를 조절했다.

김 위원장이 이렇게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첫 대미 메시지를 내놓으며 '포스트 하노이' 전략을 분명히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연말까지로 시한이 정해진 공을 넘겨받은 셈이 됐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이미 재선가도에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당장 빅딜 원칙과 '올바른 합의'에 대한 명분을 내려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나쁜 합의보다는 합의가 없는 것이 낫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한미정상회담에 빅딜 원칙을 재확인하며 남북경협을 위한 대북제재 면제나 완화에 선을 그었던 데는 국내정치적 상황에 대한 고려가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북핵 외교의 성과보다는 경제 상황이나 건강보험 정책 같은 국내이슈가 미국 대선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 지속된다는 전제 하에서 대북 빅딜 원칙을 고수하며 일단 재선 승리를 위한 선거운동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기존의 제재는 유지하되 추가 제재는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을 토대로 연말까지는 자력갱생과 내핍을 감당할 작정인 것으로 보이는 김 위원장이 언제까지 트럼프 대통령과의 훌륭한 관계를 내세우며 언행을 자제할지는 미지수다.

시간이 갈수록 재선 승리에 더욱 몰두하게 될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 실험 재개 경고나 '새로운 길' 모색 등으로 북미협상 궤도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며 미국 대선을 활용한 '몸값 높이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취재진 문답에서 빅딜을 원칙으로 '스몰딜'(smaller deals)도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 터라 이를 통한 북미협상의 동력 유지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북한과의 주고받기가 '양보'로 보일 경우 국내 정치적 타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금의 계산법을 접으라고 한 김 위원장 사이에 조만간 접점이 마련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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