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웠던 우리 동네가 도시재생으로 밝아지면서 상권이 살아났으면 좋겠어요. 주민들이 모여서 정답게 이야기할 공간도 필요하고요."

 굴포먹거리타운이 있는 갈산2동 25통 주민들은 부평 11번가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도시재생’이란 말이 아직은 낯설지만 좀처럼 변화가 없던 마을이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에 기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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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평구 갈산동 주민 김학희(왼쪽)씨와 김재준 씨가 ‘부평11번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 골목에서 28년을 살아온 김재준(71)씨와 김학희(56)씨는 침체된 먹거리타운이 되살아나기를 바라고 있다. 두 사람은 25통 자리에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던 1992년께 삶의 터를 잡았다. 철물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준 씨가 두 번째로 건물을 올렸고, 김학희 씨가 건너편에 집을 지어 들어왔다. 허허벌판에 근린생활시설이 하나둘 생기면서 지금의 먹거리타운이 조성됐다.

 현재 25통에는 총 70개의 건물이 있다. 대부분 4층 높이다. 1층을 상가로 쓰고, 2∼3층은 주거용도로 세를 준다. 4층은 건물 주인이 쓰는 경우가 많다. 280가구 안팎이 살고 있지만 주민들 사이의 교류는 많지 않은 편이다. 원주민보다는 외지에서 들어와 잠시 살다 나가는 세입자가 더 많은 탓이다. 주민들이 모일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하나 마땅치 않지만 교통이 편리해서인지 사람은 꾸준히 들어왔다.

 문제는 1층 상가들이다. 아직 먹거리타운으로 불리고 있지만 이제 장사가 되는 식당은 몇 남지 않았다. 낡은 식당은 단골 장사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버티지 못해 문을 닫은 가게도 많다. 세를 놔도 나가지 않아 결국 그 자리에는 창고가 들어선다. 창고에 짐을 실어 나르는 트럭과 오토바이들이 거리를 채우면서 먹거리타운의 환경은 더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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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희 씨.
 김학희 씨는 "가게하시는 분들이 장사가 안 되니까 투자를 하지 않아 사람의 발길이 뜸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며 "33㎡ 정도 되는 상가가 한 달에 50만 원가량의 세를 받는데, 28년 전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식당이 성업했던 1990년대 후반까지는 과거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 직원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도 많이 왔다. 하지만 경기가 악화되고 굴포천 인근 등에 새로운 먹거리타운이 조성되면서 손님들이 빠져나갔다. 동남아파트에서 대로로 나가는 다리가 생기면서 먹거리타운 쪽으로 유입되는 인구도 크게 줄었다.

 이들은 부평 11번가 사업으로 굴포천이 활성화되면 먹거리타운의 손님들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굴포천 지류를 복원한 다음에는 젊은이들도 관광 목적으로 부평을 찾으리라 생각해서다. 관광객들을 먹거리타운까지 오게 하는 일은 또 다른 과제지만 시너지는 기대할 수 있다.

 부평 11번가 계획에는 상인들의 고질적인 고민인 주차 문제의 해결 방안도 담겼다. 활용이 저조한 어린이공원을 중앙광장으로 조성하고, 그 하부에 공영주차장을 만드는 계획이다. 상인들은 가능하다면 공영주차장을 더 키우고 노면주차장도 대각선으로 바꾸는 등 전폭적인 확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재준 씨는 "저녁에 오는 사람들은 길이 컴컴하다고도 하고, 주차공간이 없는 것도 불편하게 생각한다"며 "도시재생으로 공영주차장을 만든다 하니 반갑지만 효과가 있으려면 주차면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브랜딩이나 가로경관 개선도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먹거리타운이 조성된 지 30년이 가까워 오면서 내부 도로나 건물 외관이 많이 낡았다. 이들은 먹거리타운의 오래된 이미지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동네 특색을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굴포먹거리타운 활성화 사업은 34억6천만 원을 들여 2022년까지 추진된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주민과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계획을 짰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이번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다. 먹거리타운의 인프라를 정비해 놓고 굴포천 복원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아도 상권 자체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침체기를 겪으며 과거에 머물러 있는 상권에 다양한 연령대가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업종이 들어오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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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준 씨.
 김재준 씨와 김학희 씨는 먹거리타운과 인접한 부평구청이 상권 활성화에 앞장서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수차례 이야기했다.

 김재준 씨는 "우선 어느 정도 장사가 돼야 리모델링도 하고 새로운 업종으로의 전환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지금으로선 구청에서 구내식당 대신 주변 상권을 이용하도록 독려하는 것밖에는 묘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구에서 앞장서서 주변 식당을 이용해 주는 것이야말로 먹거리타운 활성화에 필요한 마중물 사업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도시재생을 통해 25통만이 가진 자연환경과 옛 인심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낡은 이미지 속에는 따뜻한 ‘우리 동네’가 숨어 있다.

 김학희 씨는 "지금은 침체돼 있지만 이 동네는 여전히 걷기 좋고 자연 속에서 아이를 기르기도 좋은 곳이다"라며 "주민들과 같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동네가 더 좋아지고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사진=부평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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