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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직 인천재능대학교 회계경영과 교수
최근 기업들의 분식회계 문제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충격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져 온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고의적 분식회계 의혹이나 12월 결산법인의 주주총회와 관련해 이전보다 훨씬 깐깐해진 회계감사로 상장기업이나 비상장기업 등이 줄줄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삼바는 분식회계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승계를 순조롭게 진행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는 관련 회계법인 또한 구체적인 분식회계 방안을 마련하는데 관여한 것으로 최근 보도되고 있다.

 또한 지난 3월 한 달간 12월 결산 상장법인 총 2천216개 사의 96%가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는데 기업 감사보고서 제출로 인한 회계 파문이 심상치 않았다. 회계법인의 책임이 강화되고 감사가 깐깐해지면서 ‘비적정-말 그대로 기업의 회계처리가 적정하지 못함을 의미’- 의견이 급증한 결과다.

 회계감사에서 ‘옐로카드’를 받아든 굴지의 기업이 속수무책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빠졌다.

 지난 10일 기준 한 조사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중 12월 결산 비상장법인의 감사 의견을 전수조사한 결과,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은 곳은 496개로 집계됐었는데 413개에 그쳤던 지난해 같은 기간 비교했을 때 20.1%나 늘어난 수준이다.

 그리고 상장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였던 비상장사들 역시 지난해 사업 연도 결산에서 대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비상장 기업들의 감사보고서 제출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한정·부적정’을 포함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감사 의견의 비적정 사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감사 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이 담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자 한국거래소는 바로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거래를 일시 정지시켰다.

 물론 곧바로 재감사를 실시해 적정 의견을 받았다고 공시했지만 결국 이 여파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은 불명예 퇴진을 했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우리 사회의 회계 개혁, 즉 회계의 사회적 기능인 회계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며, 이는 우량기업과 좀비기업을 구분해 우리 사회의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지름길이 될 것으로 여겨져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차제에 우리 사회가 기업 회계의 요체인 복식부기에 다시 한 번 관심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누구나 어릴 적 흰 도화지에 다양한 물감을 짜고 그 도화지를 반으로 접으면 나비 모양과 같은 화려한 무늬가 양쪽으로 나타나는 경험을 체험했을 것이다.

 이를 미술에서는 데칼코마니 기법이라고 하는데 복식부기의 요체가 바로 데칼코마니 기법처럼 차변과 대변이라는 양쪽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양쪽 중 한쪽은 거래의 원인을 나타내고 또 다른 한쪽은 거래의 결과를 의미한다. 따라서 복식부기는 단식부기와 달리 거래 내역을 보다 과학적으로 분석하는데 아주 유용한 수단인 것이다.

 회계의 모든 거래는 자산·부채·자본의 증감과 수익·비용이 발생되는 거래의 이중성을 전제로 한다.

 즉 복식부기란 차변과 대변이 동일한 금액으로 표시되는 거래의 이중성을 기본원칙으로 하여, 차변과 대변으로 나눠서 각각 금액을 기입하는 이중기장을 말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같이 아무리 많은 거래가 발생해도 복식부기의 기본원리에 의하면 기간과 관계없이 차변의 합계와 대변의 합계는 항상 일치하게 되는데, 이를 대차평형(균)의 원리라고도 한다.

 우리에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파우스트」로 잘 알려진 독일의 세계적인 대문호 괴테 또한 복식부기를 ‘인류의 지혜가 낳은 가장 위대한 발명의 하나’로 꼽았으며 그 가치를 굳이 따지자면 인류의 달 착륙에 비유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차제에 우리 모두 다시 복식부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떨까. 복식부기가 요체인 회계는 기업의 언어이자 경영의 언어이고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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