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긍지와 자존심을 대변해온 경기도립국악단(예술감독 이준호)이 국악계 최고의 명성을 얻고 활동중인 음악대학 교수들과 함께 황금빛 들녘이 아름다운 이 즈음의 가을 저녁을 은은한 국악의 향기로 채울 제37회 정기연주회를 마련한다.
 
오는 24일 오후 7시30분 도 문화예술회관(관장 김문무) 대공연장에서 막이 오를 공연 타이틀은 `가을음악여행'.
 
국악의 서구화 추세속에서도 우리 소리의 아름다움과 품격을 널리 알리는 전령사로서 한결같이 국악의 중심을 지켜온 경기도립국악단이 음악활동과 후학 양성에 여념없는 국악계 대들보들을 초청해 정통 국악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자는 생각에서 기획된 연주회다.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느리면 느린 대로 깊고 넉넉한 멋과 여유가 있고 빠르면 빠른 대로 그 변화가 다채로워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우리 국악의 아름다움이 곳곳에서 묻어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첫 번째 무대는 꿈틀거리며 솟아나는 새벽녘의 기상을 잘 표현한 피리 소리로 가득 채워진다.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강영근 교수가 정악피리의 대표곡중 하나를 협주곡 형태로 옮긴 `자진한잎'을 연주한다. 전통가곡의 성악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두 번째 순서에는 가야금이 등장. 단국대학교 음악대학 서원숙 교수가 연주할 장르는 한국음악중 기악곡의 극치라는 산조이다.
 
서 교수는 고종 때 산조의 체계를 세운 김창조의 손녀, 난초 김죽파의 연주스타일을 계승한 `김죽파류 가야금산조'를 연주한다.
 
국악 공연에서 감칠맛나는 우리 소리가 빠질 수 없다. 경기도립국악단 민요팀이 세번째 주자로 나서 12잡가중 하나인 `달거리'를 부른다. `월령가'보다는 달거리로 많이 알려진 이 노래는 그달 그달의 풍속과 행사를 늘어놓는 내용으로 낮고 높은 음역이 대비돼 극적이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이제 스포트라이트는 해금으로 옮아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정수년 교수가 도립국악단의 반주에 맞춰 그 절절한 해금소리로 해금협주곡 `공수받이'를 들려준다.
 
`공수'란 무당에게 신이 내려 신의 말을 발성하는 것으로, 이 곡은 경기 무속음악의 장단과 선율진행, 경기굿의 특징적인 시김새를 활용하는 한편 굿에 쓰이는 바라·징·목탁·방울로 굿판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마지막 프로그램은 김희조 편곡의 `서용석류 관현악을 위한 대금산조'이다. 연주자로 나선 국립국악고등학교 음악교사 최삼범은 자연의 소리를 가장 가깝게 재현했다는 맑고 깊은 대금 소리의 진수를 선보인다. 정·중·동의 세계속에 몰입할 수 있는 편안한 명상의 시간이다.
 
어느새 얇아진 달력을 보며 공허해진 가슴 한 켠을 오래된 벗과의 따듯한 차 한 잔으로 달래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립국악단의 37회 정기공연은 그윽한 국악의 향기속에서 오랜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것 같은 `기분좋은' 연주회로 준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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