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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홍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우리나라는 현재 52개국과 FTA를 맺고 있다. 올해로 FTA 도입 15년이 지났다. 지난해 FTA 발효국과의 교역량은 전체 교역량 대비 67.8%에 달하는 FTA 강국으로 어느 정도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수입 농산물 증가, 육류 소비 증가 등으로 농식품 수입 증가세가 수출 증가세보다 더 높아지고 있다. 중요한 건 막대한 피해대책 예산이 투입됐지만 농업분야 예산 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이다. 농업분야 예산은 지난해 19조7천억 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4.6%였고, 올해 예산은 8천억 원이나 줄어든 18조9천억 원으로 4.1%에 불과했다. FTA 발효 이후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연말 2020년부터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공익형 직불제는 농가소득을 올리면서 친환경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하려는 제도다. 이에 기존 쌀 직불금과 밭 직불금 등으로 분산돼 있는 직불금을 하나로 통합해 기초직불제로 지원하고 하후상박의 형태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농업인에게 명분을 만들어 지급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가장 중요한 예산 확보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대통령은 지난 연말 농업인 초청 간담회에서 "농업은 우리 생명이자 안보로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에 헌신했다"면서 "‘사람 중심의 농업, 국민 삶에 힘이 되는 농촌’을 위해 농민과 농촌의 희생과 헌신은 마땅히 보상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업은 농업인만을 위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 및 전체 국민의 공익을 위한 생명산업이다.

 생각보다 농업 및 농촌 문제가 심각하다. 농촌고령화로 인해 농촌이 소멸 위기에 처했고, 농지 면적이 감소됨에 따라 농가소득 감소, 식량 자급률 감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지키고, 국내 농업 농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작년 3월 농업가치 등을 담은 개헌안이 발의됐다. 식량안보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농업의 가치를 헌법에 명시코자 한 것이다. 그렇지만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무산됐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농산물 생산, 식량안보, 경관 및 환경 보전, 지역사회 유지, 전통문화 계승 등이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면 지속가능한 농업과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정부가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농업 정책을 펼칠 근거가 되고, 농업인들의 자긍심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모두가 누리고 있는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해 농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근거로 삼아야 한다.

 스위스는 연방헌법 104조에 ‘농업의 역할과 기여에 대한 보장과 지원에 대한 국가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EU도 환경보전과 연계한 다양한 직불제를 통해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일부 주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보호하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일본도 식료기본법에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농정의 기본이념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로 인정하고 농정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직불금으로 집행하고 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했을 때 기대되는 효과는 첫째, 농촌의 고령화, 농가소득 감소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둘째, 농업예산 확보로 각종 직불금 예산을 확대해 농업인들의 소득 안정과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게다가 영농기술 혁신, 농산물 유통 혁신 등 농업 분야 지원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마련된다. 셋째, 농업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변화시켜 농정 방향을 개혁할 수 있고 농업인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작은 소리, 보이지 않는 것들은 값으로 매길 수 없다. 농업의 가치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농업의 공익적 역할을 주목하고 그에 따른 직불제가 하루빨리 시행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반드시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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