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이 죽음길이 되어버린 304명의 희생자들과 / 이들을 구조하다 목숨 잃은 이들 / 시신으로조차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을 어찌 추모해야 할지 / 잘 알지 못해 더욱 슬픕니다 / 팽목항의 방파제에 펄럭이는 기다림의 깃발과 유품들이 / 침묵 속에 울음을 삼키고 있습니다 // 살릴 수 있는데도 못 살려낸 사랑하는 이들 / 생각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는데 / 이런저런 오해들과 걸림돌들이 하도 많아 / 마음 놓고 울지도 못했던 유족들의 슬픔은 누가 달래줄까요 / 용서하려 애를 써도 용서가 안되는 / 그 비통함은 어찌 다스려야 하는 걸까요 // 왜곡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 / 슬픔조차 뒤로하고 투쟁부터 해야 했던 유족들께 죄송합니다 / ‘잊으십시오’ ‘기다리십시오’라는 말을 가볍게 내뱉었던 / 부끄러움 그대로 안고 / 오늘은 겸손되이 용서를 청해야겠습니다 / 아무런 조건 없이 맑고 어진 마음 모아 함께 울어야겠습니다

이해인 수녀의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시 ‘그 슬픔이 하도 커서’ 중 일부다.

 어떤 이들은 "이제 세월호는 잊자"고 말하고, 다른 이들은 "‘세월호’라는 단어조차 듣기 싫다"고 말한다. 또 다른 이는 "슬픈 기억은 이제 그만 하자"고 한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가 왜 희생자들을 방치했는지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사회안전망 구축 시스템을 만들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그만하자’는 말을 가끔씩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나의 아버지, 내 동생, 우리의 자녀라면 당신은 잊을 수 있겠느냐고. 억울하게 하늘나라로 간 이들을 그냥 보내겠냐고.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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