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감정노동’이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사전적 의미는 직업상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정해진 감정표현을 연기하는 일을 말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상관없이 업무상 필요한 특정 감정을 생산해 업무에 활용하는 노동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에는 전체 노동자의 두 명 중 한 명꼴인 대략 740만 명의 감정노동자가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콜센터 직원과 텔레마케터(전화통신판매원), 식당 종업원, 항공기 승무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고객이나 회사에서 원하는 말투와 표정을 유지해야 하지만 고객들에게 심각한 폭언과 성희롱에 노출되기도 한다. 기업들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고객우선 주의를 표방하며 고객관리를 강화하는 사이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폭력도 늘어나고 있다.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직원의 무릎을 꿇리는가 하면 폭언과 폭행도 예사로 벌어진다.

 인천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120미추홀콜센터에 근무하는 전화상담사들은 폭언과 성희롱이 포함된 악성·강성 민원이 지난해에만 2천754건에 달했다. 이는 월평균 229건에 해당한다. 인천시는 이 같은 폭언과 성희롱으로부터 상담사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대응 매뉴얼을 도입했지만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절차가 복잡하고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민원인이 폭언을 반복해도 자제를 3회까지 요청한 후 종료할 수 있는데다 직접적인 욕설이 들어가지 않은 협박과 고성, 장난전화, 말꼬리 잡기, 주사(酒邪) 등은 매뉴얼에서 제외됐다. 민원인이 성희롱 등을 할 경우 경고 없이 바로 응대 거부 조치를 취하는 서울시와도 비교된다. 감정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이 우울증과 수면장애, 체중감소 및 증가에 시달린다고 한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인천시가 해야 할 일은 매뉴얼만 개선해서 될 문제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고객이 왕’이라는 고리타분한 관리자들의 인식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앉은 자리에서 세상의 반대편을 들여다보고 수백 광년이나 떨어진 블랙홀을 관찰하는 시대에 아직도 봉건시대의 유물인 왕 타령이다. 최상의 고객서비스는 시대착오적인 왕 타령이 아니라 상대를 서로 우대하며 구축되는 서비스다. 그것이 고객과 감정노동자의 상호관계다. "고객님 당신은 왕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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