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이 죽었다
107분 / 코미디·드라마 /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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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절대 권력자 스탈린이 갑작스럽게 쓰러지자 권력을 향한 치열한 암투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스탈린의 죽음 이후 권력 싸움에 나선 정치가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다음 권력을 쟁취하려는 이들의 싸움이 긴박한 음악과 함께 이어지며 정치가들의 합종연횡과 술수, 다툼을 엿볼 수 있다.

 영화는 파비앵 뉘리, 티에리 로뱅 작가의 그래픽 노블 「스탈린의 죽음」이라는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원작과 같이 1953년 3월 소련을 배경으로 스탈린의 죽음과 그 전후의 혼란스러웠던 소련의 한 시기를 다뤘다.

 그러나 원작이 독재자 스탈린의 철권통치로 음산하고 암울한 사회분위기와 측근들의 권력을 향한 광기 등을 진지하게 드러냈다면, 이 영화는 스탈린이 살던 세상의 뒤틀린 유머와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무참한 전체주의의 잔인함을 코미디로 섬세하게 엮어 냈다.

 실제로 ‘스탈린이 죽었다’에서 전반부의 코믹한 요소 중 상당 부분은 극심한 공포에 기인한다.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빠르게 정답을 쥐어짜내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어서다.

 영화의 연출은 ‘인 더 루프’로 아카데미 각색상에 노미네이트되고, 뉴욕비평가협회 각본상을 수상했던 작가이자 감독인 아르만도 이안누치가 맡았다. 여기에 최고의 신스틸러로 꼽히는 성격파 배우 스티브 부세미와 에미상 코미디부문 남우주연상 2회 수상의 제프리 탬버 등 미국·영국의 유명 배우들이 합류해 최고의 연기 앙상블을 선보인다.

 스티브 부세미는 이 영화에서 스탈린 치하의 각료 ‘니키타 흐루쇼프’역을 맡아 ‘베리야’와 스탈린 사후 정권을 놓고 다툰다. ‘흐루쇼프’를 완벽하게 해석해 내며 그의 개성 넘치는 필모그래피에 또 다른 명연기를 추가했다. 잔혹한 비밀경찰의 우두머리인 ‘베리야’역은 사이먼 러셀 빌이 맡았다. 무대에서의 셰익스피어 연기로 가장 잘 알려진 사이먼 러셀 빌은 놀라운 흡입력으로 영화를 장악한다. 이 외 제프리 탬버와 올가 쿠릴렌코,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루퍼트 프렌드까지 어느 한 명 빠지지 않고 자기의 역할을 정확히 소화해 내며 완벽한 조화를 자랑한다.

 이안누치 감독은 "영화 전체에 희극과 비극을 공존시키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 시대 자체가 그런 끔찍한 시대였기 때문"이라며 "영화를 제작하면서 나의 의도는 관객을 웃기는 것이었고, 동시에 관객이 영화를 보며 불편함을 느끼길 바랐다"고 말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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