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기획재정부가 18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대규모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키로 합의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 연속이다. 당정은 추경안의 핵심으로 ‘재난피해 복구 지원, 미세먼지 대책, 선제적 경기 대응’을 제시했다. 납득할 만한 조치다. 추경은 부득이하게 필요하거나 불가결한 경비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예산을 추가적으로 편성하여 국회 의결을 거친 후 집행하는 예산이다.

최근 발생한 강원도 산불이나 고질적인 미세먼지 피해는 국가 재난에 준하는 상황인지라 추경의 필요성이 충분하다. 선제적인 경기 대응도 응당 필요한 부분이다. 노무현 정부도 출범 직후 4년 연속으로 추경을 편성했다. 덕분에 2003년 2.9%에 불과했던 성장률이 2004년 4.9%, 2005년 3.9%, 2006년 5.2%, 2007년 5.5%로 증가했다.

문제는 현 정부의 추경 효과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2017년 11조 원, 2018년 3조 8천억 원의 추경을 편성했지만 성장률은 2017년 3.1%에서 2018년 2.7%, 2019년 2.6%(전망치)로 감소하고 있다. 추경이 민간 소비 증진과 기업 투자를 위해 제대로 쓰여지지 않아 성장률을 견인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그럴 공산이 크다. 갑자기 툭 터져나온 도로·철도·하수도 등 SOC 투자 계획은 총선을 위한 선심성 사업처럼,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은 실패한 정책의 땜질식 임시변통처럼 보인다. 미세먼지 대책도 엉성하긴 마찬가지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야외 근로자 250만 명 이상에게 지급하겠다는 계획은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경기부양 효과도 없다.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을 20만 대 더 추가하겠다는 방안도 지금처럼 운전자들이 지원금을 받은 후 다시 경유차를 구매하는 상황에선 별무소용이다.

재정지출에 비해 경기부양 효과가 낮거나 선심성 퍼주기 논란이 큰 사업은 제외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나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예상보다 세수가 많이 들어오는 시기엔 더더욱 국채발행을 삼가해야 한다. 경기 부진과 기업실적 악화로 세수 감소가 현실화될 내년 이후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추경 편성은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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