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1시께 수원시 권선구 황구지천 일대. 입북동과 금곡동 경계에 있는 ‘수원 매실길’에는 잔잔한 바람이 부는 14℃의 날씨 속에 산책을 즐기는 행락객들이 보였다.

▲ 낚시금지구역인 수원시 권선구 황구지천 일대에서 지난 19일 오후 한 중년 남성이 낚시를 하고 있다.  홍승남 기자
▲ 낚시금지구역인 수원시 권선구 황구지천 일대에서 지난 19일 오후 한 중년 남성이 낚시를 하고 있다. 홍승남 기자

하지만 흰색 SUV차량을 길가에 세운 중년 남녀 2명은 주변을 둘러본 뒤 모자를 쓰고 낚싯대를 손에 쥔 뒤 산책길에서 벗어나 강변에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이곳은 낚시금지구역에 포함됐다. 담소를 나누며 연신 낚싯대를 담그던 이들은 도시락 통을 꺼내 간단한 식사를 하며 1시간가량 시간을 보냈다. 낚시를 하던 도중 차량이 지나가면 잠시 낚싯대를 거두기도 했다.

결국 취재진이 이들에게 다가가 "이곳은 낚시금지구역인데 알고 있느냐"고 묻자 "낚금(낚시 금지)인지 몰랐다. 온 지 얼마 안 됐으니 알아서 떠나겠다"고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좀 더 산책길을 걷자 한 중년 남성이 홀로 낚시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대를 깔고 앉아 가벼운 복장으로 낚시를 즐기고 있던 이 남성은 취재진이 다가서자 서둘러 낚싯대를 접고 떠날 채비를 했다.

금곡동 ‘농심교’ 인근 역시 주변의 시선을 교묘히 피해 설치해 둔 낚싯대를 찾아볼 수 있었다. 가방과 돗자리, 물고기를 담는 플라스틱 통까지 널브러져 있었다. 또 산책로 곳곳에 있는 낚시꾼들이 앉기 좋아 보이는 곳 주변으로는 어김없이 담배꽁초와 음식물쓰레기 등이 발견됐다.

이날 왕송저수지에서 금곡동 황구지천교까지 약 3.4㎞의 산책로를 돌아다니면서 발견한 낚시꾼은 3개 팀 4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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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지만 이들에 대한 단속을 진행하는 공무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황구지천 주변에 설치된 ‘황구지천 전 구간은 낚시금지구역입니다’라고 적힌 표지판이 무색했다. 주민 권모(62·권선구 호매실동)씨는 "오랜만에 산책을 나왔는데 아직도 낚시꾼들이 있다"며 "수원시 4대 하천 중 가장 자연생태환경이 잘 보전된 황구지천의 환경보호를 위해선 철저한 단속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2009년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된 황구지천 일대가 최근 봄철을 맞아 불법 낚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원시에 따르면 황구지천은 의왕·수원·화성·오산·평택을 거쳐 32.5㎞에 흐르고 있다. 시는 2012년 왕송호수부터 수원시농업기술센터까지 약 1.8㎞ 구간을 수원 팔색길 중 하나인 ‘매실길’로 지정했다. 얌체 불법 낚시꾼들로 인해 수질오염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지자체의 단속은 전무하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권선구 내 불법 낚시 단속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권선구 관계자는 "관내 불법 낚시 단속 인원이 2명뿐이라 한계가 있다"며 "민원이 들어오는 대로 단속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장민경 인턴기자 jm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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