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한중 땅을 차지하자 제갈량은 형주 총독 관우에게 조조 진영을 공격하게 했다. 관우는 곧 번성을 포위했고, 조조의 구원군이 왔다. 구원군의 선봉장 방덕 역시 맹장으로 소문난 인물. 관우와 맞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는데 후퇴하라는 금이 울렸다.

 돌아온 방덕이 후퇴하라는 금을 울린 까닭을 묻자 대장 우금이 대답했다. "관우는 천하의 용장이므로 혹 방 장군이 다칠까봐 금을 울린 것이오."

 방덕이 화를 냈고, 우금이 웃으며 타이르기를 "서두르는 길에 좋은 걸음이 없다지 않소. 천천히 일을 도모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라고 했다. 그때 우금이 방덕을 후퇴시킨 것은 혹시라도 방덕이 이긴다면 자신의 공로가 아니므로 얕은꾀를 내어 금을 울린 것이었다.

 부하의 성취를 시샘하는 상관이 이런 말을 갖고 자신의 부끄러운 것을 슬쩍 앞가림하는 의미로 널리 쓰이는 이 말은 요즘 우리나라 정치판에게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삐뚤어진 경쟁시대의 한 단면이다. 서둘러야 할 때가 있고, 천천히 도모해야 할 때가 있는 법. 총선 1년 전이 서둘러야 할 때인지, 천천히 시작해야 할 때인지?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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