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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최근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논의(論議)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교착국면에 놓인 북미정상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양국이 접점을 찾도록 중재자 내지는 촉진자 역할을 다했고, 이후에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 강화 등 한반도의 평화질서를 만드는데 따르는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제4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의 이런 인식에 공감하면서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는 여전히 좋으며, 3차 정상회담 개최도 가능하다"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나 그 당사자인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갖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 볼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미국이 지금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 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국가와 인민의 근본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 강변(强辯)했다.

 이런 언급은 지난 하노이회담 결렬 책임을 미국에 전적으로 전가하면서 미국이 자신의 요구(대북제재 전면적 중단이나 완화, 해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근본적 이익(핵보유)을 절대적으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우회적 표현에 다름 아니다.

 이는 그동안 김 위원장 자신이 "비핵화 의지를 믿어달라, 핵을 가지고 왜 어렵게 살 것인가, 자식들이 핵을 지고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는 등의 말들이 교언영색(巧言令色)에 불과함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가 크게 문제시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은 김 위원장이 "남조선당국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메아리’는 "미국의 승인과 지시가 없이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남조선당국이 상전의 눈치를 보고 비위만 맞출 것이 아니라 제정신을 갖고 동족과 함께 미국에 대해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할 말은 하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황당함을 감추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문 대통령뿐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우리 국민 모두의 염원과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모욕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핵 위협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 때문에 좀 더 인내심과 관용을 갖고 북한과의 대화와 회담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는 가운데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도정(道程)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한미 간의 동맹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공동보조를 취해야 할 것이다.

 만성적인 경제난과 이로 인한 민심이반이 결국은 자신의 체제유지나 안정에 큰 후과를 안겨줄 것임을 김정은 정권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대화나 협상의 마당에 나올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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