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다리마을의 한 낡은 건물이 외관파사드 경관개선사업에 참여해 공사를 하고 있다.
▲ 배다리마을의 한 낡은 건물이 외관파사드 경관개선사업에 참여해 공사를 하고 있다.
흔히 헌책방 골목으로 알려진 인천시 동구 배다리마을. 최근 이 마을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곳은 한때 40여 개가 넘는 책방으로 북적였다. 지금은 5곳만 남았다. 최근 마을 경관이 깔끔하게 개선되고 외부인이 유입되자 임대료 상승 등으로 임차인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이 생겼다.

마을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한 청년의 표정은 어두웠다. 배다리 외관 파사드 경관개선사업으로 건물을 리모델링한 건물주가 월세를 올려 달라고 해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임대료를 일정 비율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나 건물주 입장에선 계약 종료 후 새로운 세입자를 찾으면 그만이다. 개업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가게를 정리해야 할지 몰라 그는 불안하다.

배다리마을 경관개선사업은 시가 추진 중인 개항창조도시의 25개 마중물 사업 중 하나다. 2018년 4월 시작돼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서 세무서 도로변까지 약 1.5㎞ 구간의 낡은 건물 경관을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둥지 내몰림 방지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사업이 시작됐다는 것이 문제다.

동구가 사업 참여 여부부터 디자인 설계와 공사 진행 등 모든 과정을 건물주하고만 의논했을 뿐 임차인 등과는 논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배다리마을의 둥지 내몰림은 더욱 심할 것이라고 이곳 상인들은 말한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배다리마을의 89㎡ 상가 기준 매매가격은 3.3㎡당 50만 원까지 올랐다"며 "최근 동네가 깔끔해지니 외부 사업주들이 관심을 많이 보여 개선사업이 끝나면 더 올라갈 것 같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는 뒤늦게 둥지 내몰림 방지 조례를 6월 정례회에 상정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조례가 제정된다 해도 강제성을 띨 수 있는 내용은 없어 둥지 내몰림 현상을 막기에는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둥지 내몰림을 막기 위해 13개 시도에 ‘상생협력상가 조성 및 운영 방안’을 전달했지만 배다리마을은 이마저도 해당되지 않는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곳에서도 적극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인들은 그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뿐이다.

한 상인은 "건물주와 분쟁을 벌이다가 계약이 파기라도 될까 두려워 임차인들은 목소리를 내기 더더욱 힘들다"며 "건물주가 월세를 안 올리는 대신 임차인 부담으로 건물 보수를 약속하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글·사진=김유리 인턴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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