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현동 화재참사 20주기 추모준비위원회’가 22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의 공적 기억 복원을 요구하며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인현동 화재참사 20주기 추모준비위원회’가 22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의 공적 기억 복원을 요구하며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20년 전 인천시 중구에서 잊어서는 안 될 화재 참사가 일어났다. 이 화마(火魔)로 무려 57명의 어린 학생들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81명의 부상자도 발생했다. ‘인현동 화재사건’이 그랬다.

1999년 10월 30일 오후 7시께 인현동의 한 4층짜리 상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다른 손님들이 빠르게 탈출해 큰 사고를 피한 것과 달리 2층 호프집 손님들은 끝내 대피하지 못하고 대부분 질식사했다. 이들은 모두 미처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이었다.

당시 호프집의 비상구와 창문 등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는 막혀 있었다. 유일한 출입구는 폭이 좁고 연기와 가스가 들어차 있었다. 스프링클러 등 안전시설도 없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불법 영업을 하던 업주는 학생들을 내버려 둔 채 달아났다. 화재 발생 30여 분 만에 불길이 잡히고도 많은 학생들이 희생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처럼 인현동 화재는 미흡한 소방안전시스템과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人災)였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동네 호프집 화재사건’ 정도로 기억되고 있다. 장소가 호프집이었다는 이유로 ‘청소년의 일탈’과 ‘업주의 불법 영업’이 사고 원인인 것처럼 축소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인현동 화재는 세월호 다음으로 많은 학생 희생자를 내고도 비교적 잊히는 분위기다.

매년 인천시교육청 등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등의 현수막을 내걸지만 인현동 참사에 대해서는 조용하다. 학생들의 넋을 기리고자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 마련한 위령비도 건물 뒤편으로 밀려나 잘 보이지 않는다. 추모공간 역시 시교육청이나 회관이 아닌 희생 청소년 유족들이 사적으로 조성해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족들은 올해 인현동 참사 20주기를 맞아 이 사건을 ‘공적 기억’으로 복원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준비위원회’는 22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현동 화재 참사에 대한 개인의 기억을 채집해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해 기록물로 정리하고, 시민과 함께 하는 기념식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픈 기억이지만 반드시 인천의 공적 기억으로 복원해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추모제 통합 확대 및 추모기간 연장 등 기억의 장소를 청소년은 물론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공교육의 기회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인현동 화재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