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문제를 둘러싼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의 대립이 23일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와 같은 정면 격돌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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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4당 선거제·검찰개혁 법안의 동시 패스트트랙
여야 4당이 전날 합의한 패스트트랙 안건을 의원총회 추인 등을 거쳐 본궤도에 올리는 움직임이 가시화하자 제1야당인 한국당이 강력히 반발하며 총력투쟁을 예고해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당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에 '20대 국회는 없다'고 맞서 4월 임시국회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는 것은 물론 정국 경색이 장기화할 조짐마저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이날 오전 10시 일제히 의총을 열었다.

전날 원내대표들이 합의한 선거제 개혁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 처리 방안을 논의하고 추인하기 위한 자리다.

민주당은 의총에서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만장일치(의원 85명 참석)로 추인했다.

평화당은 별다른 잡음 없이, 정의당도 만장일치로 합의안을 의결했다.

여야 4당이 합의한 25일까지 선거제 개혁안과 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려면 바른미래당의 추인이 최대 관건이다.

이날 오전 11시 20분 현재 바른미래당의 의총은 격론 속에 한창 진행 중이다.

바른미래당 내에는 바른정당계 의원을 중심으로 선거제 자체를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이 강한 데다 공수처 합의안에 양보를 너무 많이 했다는 목소리도 있어 추인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합의안이 진통 끝에 바른미래당의 의총마저 통과하면 패스트트랙 본궤도까지 오르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선거제 개혁안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개혁법안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각각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문제를 논의한다.

법안들이 패스트트랙을 타려면 각각 18명인 정개특위, 사개특위에서 재적 위원 5분의 3(11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여야 4당 의원 수는 정개특위에서 12명(민주 8명, 바른미래 2명, 평화 1명, 정의 1명), 사개특위에선 11명(민주 8명, 바른미래 2명, 평화 1명)이라 패스트트랙지정 의결까지는 문제가 없다.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본회의 상정까지 최장 330일(상임위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60일)이 걸린다.

상임위별 안건 조정제도, 본회의 부의 시간 단축 등을 통해 시간을 줄이면 본회의 처리까지는 240∼270일이 걸린다.

장기간의 논의 과정에서 선거제 개혁과 개혁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 복잡한 셈법이 변수로 작용해 실제 입법화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역대 어느 국회에서도 여야 합의 없이 선거제 개편을 한 사례가 없다는 점도 여야 4당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여야 4당은 패스트트랙 논의 과정에 한국당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오늘 오후부터라도 자유한국당이 협상을 시작하기를 바란다"며 "(한국당을) 설득해서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여야가 원만하게 타협해 처리하도록 하고, 그를 위해 민주당이 가장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에 결사 항전까지 불사하겠다며 반발했다.

한국당은 이날 패스트트랙 저지 대책회의와 '맞불 의총'을 차례로 열어 대응책 마련에 주력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태워지는 순간 민주주의 생명은 270일 시한부가 된다. 민주주의 붕괴 270일 카운트다운이 된다"며 "의회 민주주의의 사망선고이고, 삼권분립이 해체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기획하고, 여당과 일부 야당이 실천에 옮기는 의회 민주주의의 파괴가 시작됐다"며 청와대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합의안이 바른미래당의 의총까지 통과해 패스트트랙이 현실화하면 한국당은 장내·외 투쟁, 국회 일정 전면 거부 등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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