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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정치학박사
한미동맹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맺어진 특수한 국가 관계이다. 한미동맹은 최초 한국전쟁 남침을 당하면서 안보를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 상황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1970~80년대 한국의 국력신장과 경제성장 및 민주화 등 국민적 요구가 형성되면서 안보 문제에 관해 대미(對美) 자율성(autonomy)의 이슈로서 등장한 것이 바로 한미동맹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작전통제권(OPCON : Operational Control)의 전환 문제다. 이 문제를 한미는 평시와 전시로 분리해서 잘 풀어왔다. 평시 작전통제권은 노태우 정부 시절 요구해서 1994년 12월 1일 전환했고, 전시 작전통제권은 안보차원에서 굳이 무리한 전환보다는 대북(對北) 전쟁억제력 차원에서 공동행사를 전제한 한미연합사의 작전분야 시행사항으로 보면 정확한 유권해석이다. 미군이 일방적으로 행사하는 그런 주권침해 군사행위가 아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미군사령관의 지휘하에 연합동맹군이 움직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작전통제권은 무엇인가? 작전통제권은 연합사령관의 작전지휘권(Operational Command)의 ‘일부(一部)’로서 ‘정보 및 전투작전과 전투편성’에 제한된 권한을 위임받아 ‘전면전’과 같은 전쟁발발 시에만 사용되는 전투임무 위주의 작전분야 통제권한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한국군에 대한 군수, 인사, 행정, 내부편성, 부대훈련 등에 대한 명령적 지시 권한은 이미 독립적으로 지휘하고 있다. 따라서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를 군사주권(軍事主權)운운하는 것은 ‘군사동맹’을 무시한 정치적 접근으로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아주 부적절한 시비인 것이다. 만일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의 전환이 된다면 과거와 다른 한미동맹의 변화와 한미연합방위체제 및 주한미군의 책임과 역할의 변화를 비롯해 한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과 방위비와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부담을 끼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전작권 전환의 후폭풍에는 한반도 전쟁억제력의 상징인 한미연합사(CFC ROK/US) 해체와 유엔사령부(UNC)의 해체 요구가 제기되고, 종전(終戰)선언이 되더라도 평화협정 체결 전까지 비무장지대(DMZ)를 관리해야 하는 고유의 합법적인 기능도 제한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군의 자주성 회복에 중점을 두고 추진했던 시한부적 접근(Time-oriented)의 연장선상에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전작권의 무리한 전환을 검토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조건구비적 접근(Condition-oriented) 방식으로 연기 및 재연기 했는데 궁극적으로 한국군의 전환능력 구비와 준비 시간을 고려한 추진으로 한미동맹의 아킬레스건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일 정경두 국방장관이 미 국방부(펜타곤)를 방문한 자리에서 패트릭 새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전작권 전환의 첫 번째 조건인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에 대한 한미 공동 평가를 위해 매월 한국합참의장과 한미연합사령관이 특별상설군사위원회(SPMC : Special Permanent Military Committee)를 개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합참과 한미연합사령관 간 협의체인 상설군사위원회(PMC)가 있음에도 매월 특별상설위원회(SPMC)를 가동하는 것은 한국군의 연합작전 주도 능력을 평가하게 될 전작권 전환 업무에 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미국의 의지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거머쥔 상황에서 한미연합 전력도 버거운데 전작권을 전환해 단독으로 막아보겠다는 정부가 과연 당랑거철(螳螂拒轍)의 무모함이 아닐까 우려한다.

작금의 한반도에서 북핵과 미사일이라는 대량살상무기(WMD)의 위협이 상존하는 관점에서 섣불리 한미연합방위체제를 흔들어서는 안된다. 정 장관은 "북핵 문제는 미측이 핵우산 정책을 제공하고, 그 외 재래식 전략이나 무기체계는 우리가 대응 능력을 구비하는 것이 우리의 정책"이라고 강조했으나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을 과소평가한 점을 우려하고자 한다. 북한군의 재래식 군사력을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우리 군의 5~6배 이상 강한 전력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전력은 언제라도 기습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지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도가 확인됐음에도 국방장관이 ‘9·19군사합의’ 이행을 기존 방침으로 재확인한 것은 만용(蠻勇)이 아니기를 바란다. 올해부터 국방부가 3대 한미연합훈련으로 불리우는 키리졸브연습, 독수리훈련, 프리덤가디언훈련을 중지한다고 발표한 것도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이 없는 안보 상황에서 부적절하다고 사료된다. 오히려 한미동맹의 약화를 우려하는 국민적 시각에서는 위험한 정책결정이다. 2017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동의없이 누구도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는 말이 아직도 유효한가 되묻고 싶다. 힘이 없는 평화는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격언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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