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찾은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습지생태공원 자전거대여소 내부에 비닐로 덮인 자전거가 있다.
▲ 23일 찾은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습지생태공원 자전거대여소 내부에 자전거가 비닐로 덮여 있다.
23일 오후 2시께 찾은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습지생태공원. 공원 입구에는 창고로 보이는 건축물이 있다. 교량 아래 위치한 이곳은 2015년 5월 운영을 중단한 남동구 공영자전거 대여소다.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처음 마주하는 곳이 방치된 자전거 대여소인 셈이다. 갯벌과 어울리는 시민 휴식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생태공원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시민들이 대여소 휴관 안내문을 보고 이내 돌아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까이서 살펴본 대여소 창문에는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다. 대여소 앞을 들락거리는 주변 공사장 차량 탓이다. 먼지를 닦아내고 안을 들여다보니 비닐로 덮어 둔 자전거 수십 대가 보관돼 있다. 대여소 뒤쪽 구석에는 자전거 폐타이어가 쌓여 있었다.

대여소 건너편 주차장 입구에는 사설 자전거 대여소가 운영 중이다. 1시간 대여를 기준으로 1인용 5천 원, 2인용 1만 원, 4인용 1만5천 원이다. 350만㎡에 달하는 공원 구석구석을 돌려면 3시간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오지 않은 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갑을 열고 자전거를 빌린다.

한 무리의 중학생들이 보였다. 연수구 청학동 함박중학교 2∼3학년 역사문화탐방 동아리 학생들이다. 이들은 저렴한 공영자전거 대여소가 없어진 것을 무척 아쉬워했다.

백시현(15·청학동)군은 "집에서 공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기는 멀어서 대중교통으로 온 뒤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놀고 싶었다"며 "지금의 용돈으로는 대여료 5천 원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더 저렴한 공영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는 2012년 10월부터 레저와 여가용으로 운영하던 자전거 무료 대여소를 2015년 3월 폐지했다. 주변에 대형 화물차 주차와 야적장 난립으로 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는 이유다. 게다가 조건 없이 무료로 대여하다 보니 자전거 도난 등 운영 문제도 제기됐다. 2017년 9월 사업을 재추진했으나 구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주민들은 공영자전거 대여 중단으로 공원 이용에 불편을 겪자 구에 재운영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5억 원의 운영예산을 확보해 현재 설계용역을 발주한 상태"라며 "100대 규모로 1시간당 3천 원 이하의 대여요금을 계획 중이고, 빠르면 오는 8월 운영에 나서 시민들의 불편을 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ston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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