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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과 지속 외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2019년 04월 25일 목요일 제13면

공존과 지속
이정동 / 민음사 / 2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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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에 축적이라는 주요 키워드를 제시했던 이정동 서울대학교 교수가 총괄한 「공존과 지속:기술과 함께 하는 인간의 미래」가 출간됐다. 서울대 이공대·인문사회대 23인의 석학이 합작한 ‘한국의 미래’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기술의 테스트베드라 불리는 한국. 새로운 테크놀로지 도입에 적극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기술 혁신과 관련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하는 가운데 기술결정론을 넘어 방향을 찾고자 이들은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된다.

 유전공학,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새로운 교육미디어라는 네 가지 혁신 사례는 인간 존재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사회 인프라 전반의 거대한 변화를 수반한다. 기술 전문가부터 인문사회과학 전공자까지 문·이과를 넘나드는 교수들은 혁신 사례에 대해 터놓고 의견을 공유하고 결국 하나의 전망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유전기술·에너지·인공지능·교육 4대 핵심 분야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종합적으로 리포트하며 신기술이 우리 사회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공존과 지속’이라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각 핵심 분야마다 서두에서는 학자들 간 대담이 큰 틀을 제시한다.

 이어 각 교수들의 논고가 전문적인 내용을 명확하게 서술한다. 또 과학자와 법·사회제도·철학 연구자가 시각의 차이를 나타내면서 논의의 질적 전환을 보여 주는 대담이 펼쳐져 독자들로 하여금 별미를 맛보게 한다.

 이처럼 독자는 책 전체에서 종합적인 접근을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에너지 체제의 경우 현재 각광받는 태양광에너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정부 주도적인 대규모 설비 추진을 넘어 열린 체계 및 분산형 시스템과 더불어서만 사회에 연착륙할 수 있다는 진단이 제시된다.

 AI 전문가가 철학과 교수들과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눈 인공지능 파트에서는 인간이 만든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해소해 준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큰 차이점 중 하나인 ‘기호의 접지(symbol grounding)’를 들어 기호와 의미를 연결하는 능력이 사람에게는 있지만 컴퓨터에게는 없다는 점에서 컴퓨터가 사람의 존재가치 자체를 훼손하는 일은 아주 먼 미래라고 말한다. 오히려 로봇의 인간화보다 ‘인간의 로봇화’가 더 큰 위험이라고 지적함에 따라 공감을 축소해 가는 인공지능 시대에 공동체 정신의 유지로 우리 삶의 질을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 책은 기획부터 출간까지 만 4년의 시간이 걸렸다. 기하급수의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에 직면해 서로 다른 시각, 즉 기술 일선에서 현장 전문가가 리포트하는 실제 데이터와 인문사회 연구자들이 지적하는 이론적 쟁점들을 모은 결과 하나의 전망이 떠오른다. 바로 인간과 기술, 과학과 사회가 함께 진화한다는 점이다.

이유가 있어서 멸종했습니다
마루야마 다카시 / 위즈덤하우스 / 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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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동물이라고 하면 흔히 공룡을 떠올린다. 공룡 외에 알고 있는 멸종동물은 몇이나 될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도도가 그나마 알려진 멸종동물이 아닐까. 멸종한 동물은 본 적이 없어 친해지기 어렵다. 공룡처럼 길고 낯선 이름을 가지고 있어 기억하기도 힘들다.

이 책에서는 멸종동물 60종과 멸종할 것 같았지만 멸종하지 않은 동물 10종을 소개한다. 어떤 동물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어떤 동물은 느긋한 동네 형처럼, 어떤 동물은 귀여운 유치원 아이처럼, 어떤 동물은 근엄한 왕처럼 독특한 캐릭터를 설정해 동물마다 재미있게 멸종의 이유를 설명해 준다.

저자 마루야마 다카시는 지구에서 사라진 때를 첫 번째 멸종이라고 한다면 정말 잊혀졌을 때를 두 번째 멸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두 번째 멸종만은 피하고 싶어 되도록 많은 멸종동물을 소개하고자 했다고 덧붙인다.

레몬
권여선 / 창비 / 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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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로 제47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수많은 독자를 매료시킨 권여선이 3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레몬」을 출간했다. 삶의 불가해함을 서늘한 문장으로 날카롭게 그려 내며 특유의 비극적 기품을 보여 줬던 작가는 이번에는 작품세계의 또 다른 확장으로 장르적인 솜씨까지 유감없이 발휘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떠들썩했던 여름, ‘미모의 여고생 살인사건’이라 불렸던 비극이 벌어지고, 이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인물의 삶이 방향을 잃고 흔들린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세 여성의 목소리가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이 작품은 애도되지 못한 죽음이 어떤 파장을 남기는지 집요하게 파고들며 삶의 의미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또 이 매력적인 미스터리 서사는 읽는 이를 이야기 한가운데로 순식간에 끌어당기는 놀라운 흡인력을 보여 주며 장르적 쾌감마저 안겨 준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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