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3년 2개월이 지나면서 도내 기업인들에게 심신으로 한계가 왔다. 이젠 정신적인 피해까지 이어질 정도다." 최근에 만난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파주의 한 기업 A대표는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질문에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언급하면서 훈풍이 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앞서 대북제재 완화 등 선제적인 조건이 해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A대표는 "또 3차 북미 대화가 어떻게 진전되는지 지켜봐야 한다. 조만간 방북 신청을 하고 시설물을 점검할 것이라는 일각의 보도는 조금 앞서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남북관계가 훈풍을 타면서 우리 경제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다. 비핵화 전 남북경협 논의를 경계하는 미국은 잇따라 경고를 날리고 내수경기 악화와 고용난에 멍든 민심은 이전 같은 지지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경협의 상징과도 다름없던 개성공단은 2004년 시범단지 준공 후 12년 만인 2016년 폐쇄됐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한순간에 터전을 잃었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가 추정하는 피해 규모는 1조5천억 원에 달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의 개성공단 입주기업 108개 사(경기도 제조기업 28곳, 영업기업 9곳 등 총 37곳)를 대상으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경영환경 및 향후전망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해 응답 기업의 76.9%는 ‘중단 이전 대비 악화됐다’고 했으며, ‘사실상 폐업 상태’라고 응답한 기업도 9.3%에 달했다.

 경영상 가장 어려운 점은 ‘노무비 등 경영자금 부족’(61.1%)으로 나타났으며, ‘거래처 감소에 따른 주문량 부족’(23.1%), ‘설비 부족’(13.0%) 등도 어려움으로 꼽았다. 특히 곧 1년이 되돌아오는 4·27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종전’까지 언급됐다. 그래서 기대가 더 크다. 하지만 무언가 다를 것이란 희망도 있지만 예전처럼 사상누각에 세워질 남북경협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휩쓸린 부실한 경협 논의는 경계해야 한다. 남북관계 변화나 어떤 외풍에도 흔들림 없는 경제공동체 구상을 통해 서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평화와 번영의 기틀을 닦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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