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남자대표팀 막내 안재현(20·삼성생명)이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에서 세계 10위권 선수를 꺾는 반란을 일으켰다.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 157위인 안재현은 24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헝엑스포에서 열린 대회 남자단식 1회전(128강)에서 14위인 홍콩의 웡춘팅을 4-0(11-3 11-5 11-8 11-9)으로 완파했다. 웡춘팅은 단식 우승 경력은 없지만 2016년 중국오픈, 2018년 독일오픈 준결승에 오르는 등 최근 3년간 톱10에 머물렀던 세계 정상급 선수다.

작년 실업 무대에 데뷔한 안재현은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홉 살에 처음 탁구 라켓을 잡았다. 그는 큰아버지인 안창인 중고탁구연맹 실무부회장 집에서 생활하며 실력을 키웠다. 동산중과 동산고에서 집중적인 지도를 받은 그는 중학교 2학년 첫 대회에서 1년 선배 조승민, 이장목 등이 빠진 가운데 첫 우승을 이룬 걸 계기로 같은 연령대 최강자로 군림해 왔다.

안재현은 오른손 셰이크핸드로 포핸드 드라이브가 위력적이며 연결 능력도 뛰어나다. 롱 랠리에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지구력과 집중력이 좋아 경기 중 수세에 밀려도 뒤집는 경우가 많아 어린 나이임에도 ‘강심장’으로 불린다.

세계랭킹이 100위 밖이어서 예선을 치르고 본선 1회전에 오른 안재현은 초반부터 웡춘팅을 압도했다. 웡춘팅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강한 드라이브를 펼친 끝에 첫 세트를 8점 차로 여유 있게 따냈고, 2세트도 6점 차로 승리했다. 웡춘팅이 3·4세트에서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안재현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무실세트 승리를 완성했다. 안재현은 2회전(64강)에서도 트룰스 모레가르드(스웨덴)에 4-2 역전승을 거뒀다.

안재현은 "지난해부터 시니어 국제대회에 나갔지만 비슷한 기량의 선수들에게도 맥없이 지고 포기하는 경기가 많았다. 기술력이 뒤지고 세밀함이 없었다는 걸 느꼈다. 국제대회에서 지더라도 경기 내용이 좋아지도록 집중적으로 보완했다"고 말했다. 이어 "포핸드보다 백스트로크가 좋지 않아 역시 많은 훈련을 통해 안정적으로 잘 견디게 됐다. 워낙 강한 중국을 빼고는 다른 선수들은 기술력이 비슷하다고 보고 붙으면 이긴다는 생각을 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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