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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황구지천 벌목 현장. /사진 = 수원환경운동센터 제공
수원시 권선구가 여름철 폭우로 인한 하천 범람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주변 잡목을 제거하자 천연기념물 수달 서식 흔적이 자취를 감췄다며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24일 수원환경운동센터에 따르면 권선구는 지난달 초부터 총 6천만 원을 투입해 서수원 원호매교에서 왕송호수까지 연결되는 황구지천 4㎞ 구간에 식재된 잡목 1천565그루를 제거하고 있다. 이는 여름철 집중호우 시 하천 주변에 자란 잡목 뿌리로 인해 제방이 무너지고, 물의 흐름이 방해받아 발생하는 지역주민들의 수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권선구는 지난달 초부터 원호매교에서 금곡교까지 일부 구간에 자라난 잡목 일부를 제거했으며, 지난 18일부터 금곡교 이후 구간 벌목을 진행 중이다. 전체 사업구간의 10% 정도 양이다. 하지만 구청이 황구지천 일대의 잡목을 없애면서 천연기념물로 정해진 수달의 서식 흔적이 사라졌다며 환경단체가 항의하고 있다.

수원환경운동센터는 2017년부터 황구지천에 서식하는 수달의 생태를 관찰하는 ‘시민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이달부터 10월까지 수달 서식 현장을 확인할 예정이다. 특히 수달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황구지천 주요 지점에 동물의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 촬영하는 센서카메라도 설치했다.

수원환경운동센터는 아직 수달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 했으나 수달 배설물을 발견하는 등 전문가들에게 서식 유무를 확인했다. 수원·용인·화성·오산·평택·안성 등 경기남부 6개 지자체와 한국수달보호협회도 지난해 4월 13일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 복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수원환경운동센터는 "하천변 나무가 수달 보호 역할을 했는데, 이런 나무가 잘려져 나가다 보니 수달 서식지에 교란이 온 것 같다"며 "즉각 벌목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자 권선구는 벌목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권선구 관계자는 "장마철을 앞두고 수해를 막기 위해 최대한 수달 서식에 영향이 없도록 수풀을 제거하지 않고 잡목 일부만 베어 냈으나 환경단체가 문제를 제기한 만큼 협의 후 진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장민경 인턴기자 jm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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