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장 설치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수능 응시생들의 편의를 위해 시험장의 지역별 안배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일선 학교에서는 시험장 지정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24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지역 내 시험장은 총 49곳이다. 현재 군·구 중에는 옹진군만 시험장이 없다. 지역을 더 세분화해 보면 서구 검단과 청라지역에도 시험장이 없다. 해당 지역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학생 수가 급증하는 곳이다.

 시교육청은 올해 해당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시험장 신규 지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수능 응시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천지역 고교 3학년 학생은 3만1천여 명이었고, 수능 응시자는 3만598명(재학생·졸업생·검정고시자 포함)이었다. 그러나 올해 고3 학생은 2만8천여 명으로 전년도보다 감소했고, 이로 인해 전체 수능 응시자 역시 2천800명 가량 줄어들 것으로 시교육청은 내다봤다. 시험장 1곳당 700명 정도의 인원이 배치되는 것을 감안하면 시험장 4곳을 줄일 수 있는 규모다.

 또 일선 학교는 시험장으로 지정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시험장에서 각종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학교장을 비롯해 시험감독관들이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천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수능시험날 사건·사고를 보면 영어듣기평가 도중 오디오가 끊기거나 잡음이 들리는 일, 수험생이 화장실에 갇히는 일 등 학교시설 및 장비에 관한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아직 시험장으로 지정되지 않은 학교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이 가까운 곳에서 수능시험을 볼 수 있도록 시험장의 지역별 안배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우리 학교가 시험장이 될 경우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지고 책임을 지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역의 여러 학교를 방문하면서 시험장으로 적합한 곳을 찾고 있는 중"이라며 "학생들을 위해서는 시험장 신규 지정이 필요하지만 다양한 문제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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