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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어깨통증을 심하게 앓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짝만 건드려도 아파서 걸을 수 없을 만큼 심했습니다. 길을 걷다가 옛 친구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친구는 반갑게 안부를 물으며 그의 어깨를 툭 쳤습니다. 그는 "아야!"라고 외치며 친구에게 버럭 화를 냈습니다. 마치 친구가 자신의 어깨를 쳤기 때문에 자신이 아프다고 여긴 것이지요. 그러나 사실은 친구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어깨에 이미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만약 어깨가 정상이었다면 아픔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고 반갑다고 어깨를 친 친구에게 화를 낼 이유도 없었겠지요.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같습니다. 내 마음이 짜증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으면 어떤 상황이라도 그 상황을 짜증스럽게 바라보게 됩니다. 상대가 웃으면 비웃는 것으로 여기고, 상대가 시선을 돌리면 자신을 무시한다고 판단할 겁니다. 그래서 사소한 일에도 쉽게 상처를 받고 쉽게 화를 냅니다. 그러나 마음이 평온하면 똑같은 상황에서도 달리 느끼게 됩니다. 화를 내기보다는 웃어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원망하기보다는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는 관용이 생깁니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라는 책에 일본에서 90세가 넘어서도 배우로 활동했던 나가오카 데루코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방송에서 그는 몇 번이고 이런 말을 되풀이했다고 합니다.

"난 언제나 아마추어에요. 매일 매일 아마추어로 삽니다."

아마추어는 ‘일’ 자체를 즐기며 사는 사람이고 그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그의 말에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그에게 "지금 싫어하는 것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싫어하는 것이오? 찾기가 쉽지 않은데요."

실제 그의 삶에서 불편하거나 싫어하는 게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그의 생각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긍정적인 생각이 그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한 것은 아닐까요?

이 책에는 축구 경기에 관한 짧은 이야기도 나옵니다. 한 골 차가 난 경기는 이제 3분만 지나면 끝납니다. 이긴 팀에 있어서의 3분과 진 팀에 있어서의 3분은 같은 3분이 아닙니다. 이긴 팀은 그 3분이 무척 길게 느껴질 것이고, 진 팀의 3분은 아주 짧은 시간으로 느껴질 겁니다. 물리적으로는 똑같은 3분인데, 왜 이렇게 느낌이 다른 건가요? 바로 ‘마음’ 때문입니다. 상황이 벌어지기 전의 내 마음이 어떤 느낌으로 채워져 있는가가 그 상황을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을 평온한 상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바보 되어주기」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를 전해드립니다.

"그 귀걸이, 모조품이지?"라는 친구의 말에 그녀는 활짝 웃습니다. 진품은 소중히 집에 보관해두고 외출할 때는 모조품을 달고 나온 겁니다. 만약 그녀가 진품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친구의 말에 모욕감을 느꼈을 겁니다. 그러나 진품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활짝 웃으며 친구의 모조품이라는 말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마음속에 진품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가 뭐라고 해도 활짝 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지적에도 쉽게 분노하는 사람은 그 사람의 마음속에 진품을 갖고 있지 않아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음의 주인은 바로 나다!’라고 말을 하면서도 마음이 마치 주인인 것처럼 사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알겠습니다. 내 마음속을 무엇으로 채워 넣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갈린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매일 매일을 아마추어로 살겠다는 마음이 늘 노력하게 만들고 해야 할 일 자체를 즐기는 행동으로 이어질 겁니다. ‘승자’가 된 느낌을 마음속에 가득 채우고 살아가면 늘 여유롭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겁니다. 마음속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놓고 살아가면 어느 누구에게도 친절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나올 겁니다. 그러면 세상은 어김없이 우리에게 따뜻한 미소로 화답해줄 겁니다. 행복과 불행은 이렇듯 내 마음을 무엇으로 채우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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