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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월 나혜석' 생가터 모습.
최근 전국에서 입소문을 타고 많은 관광객이 찾는 수원시 행리단길에는 커피와 식당 말고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소가 많다.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로 알려진 ‘정월 나혜석’(1896~1948)의 생가터도 그 명소에 포함된다.

2013년 수원시가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자동차 없는 동네’를 표방한 행궁동 마을 골목길 안쪽에 위치한 나혜석 생가터에서는 그가 활동했을 당시 이력이 담겨있는 연보와 기념비석을 찾아볼 수 있다.

행궁동 주민들이 생가터 주변으로 약 100∼200m 구간에 걸쳐 조성한 ‘나혜석 생가터길’에서는 골목길 담장에 그려진 나혜석의 자화상 등 그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벽화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행궁동 주민들이 2009년부터 나혜석을 기리는 축제를 열고 있다. 바로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다. 나혜석 생가터길 벽화 그림도 매년 예술제의 일환으로 공 들여 준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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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혜석생가터 문화예술제에 참석한 염태영 수원시장, 조이화 위원장, 지역 정치인들이 개막식 행사를 관람하고 있다.
올해 11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해를 거듭하면서 이제는 명실상부 지역을 대표하는 행사로 성장했다. 눈에 띄는 점은 관(官) 주도가 아닌 주민이 직접 기획·추진해 알찬 축제로 키웠다는 것이다.

행궁동 주민 20여명으로 구성돼 있는 ‘나혜석생가터문화예술제 운영위원회’(이하 예술제 운영위)를 주축으로 마을 주민이 모두 제 일처럼 축제를 돕는다. 사무국 직원 3명은 행사 준비 및 관공서 협의 등 실무를 담당한다.

이들은 오는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수원 행궁동 나혜석 생가터 일원에서 ‘제11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를 연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세상에 말한다. 나는 나혜석이다’로 정했다. ‘친일행적 논란’ 등으로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나혜석의 삶과 예술 등 생전 행적을 재조명하겠다는 취지로 이같이 주제를 정했다.

예술제 운영위가 주관하고 행궁동 주민자치회가 주최한 이번 예술제는 2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청소년 행사, 작품 전시, 체험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됐다.

먼저 예술제 첫째날 오후 1시 30분 식전행사 개념으로 박경현 무용단과 길놀이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길놀이 퍼포먼스는 나혜석이 살았을 당시인 개화기 시절 의상을 입고 행궁동과 팔달문 일대를 도보로 걸으면서 예술제 서막을 알린다.

오후 2시부터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금빛합창단과 극단 우체통, 청소년 예술단을 비롯해 수원 출신 뮤지컬 가수 공찬식의 공연이 열린다. 또 수원문인협회가 지난해 처음 제정한 ‘나혜석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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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놀이 퍼포먼스 자원봉사단.
올해 축제에서 나혜석 생가터길을 빛낼 벽화 그림의 작가로는 금정수 작가를 초청해 ‘나혜석의 꿈’을 주제로 다룬 작품을 그려넣었다.

행리단길에 터를 잡은 ‘나혜석 기념자료관’에서는 매년 예술제 운영위가 공모를 통해 선정한 미술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그림으로 나혜석을 표현한 30여점의 작품은 충분히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아동·청소년에게 나혜석을 알릴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

행사 첫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나혜석 따라 골든벨’ 퀴즈풀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나혜석자료관→나혜석생가터→화령전→옛 신풍초교→종로교회→매향여중→화홍문→대안공간 눈→나혜석자료관 등 나혜석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장소를 따라 그에 대한 지식을 익힐 수 있는 퀴즈를 풀어볼 수 있다.

‘내가 바라본 나혜석’은 청소년들이 교육을 통해 나혜석의 일대기를 배운 뒤 그의 삶을 정의해본다. 나혜석 이름으로 삼행시 짓기, 나혜석 다시보기 학생포럼 등 청소년이 나혜석을 재평가하는 프로그램도 열린다.

이밖에도 나혜석 쿠키, 캘리그라피 작품전시, 보릿대 체험, 아이패드 인물화 그리기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린다.

나혜석생가터문화예술제 운영위원회 조이화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인물임에도 친일 행적 논란, 자유분방한 사상 등으로 한 인간이자 여성으로서의 나혜석이란 인물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점이 너무 안타깝다"며 "이번 행사가 나혜석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고 지역 사회에서 널리 알릴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사진=<사진=나혜석생가터문화예술제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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