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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공권력이 A사의 폰지(신종 금융 피라미드) 행각에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는 사이 기댈 데 없는 앙상한 생애들은 극단으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 오빠는 어려서부터 소아마비가 있었어요. 택시 운전을 하면서 힘들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데 제가 설득해 A사에 같이 등록했어요. 처음 몇 번 돈이 나올 때는 좋다가 돈이 나오지 않자 오빠는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고 결국 뇌경색까지 앓아 이제 택시 운전도 못 하는 비참한 상황입니다."

A사를 다녔던 B(49)씨는 25일 자신을 자책했다.

2017년 5월 16일 처음 A사를 찾았을 때 B씨는 꿈에 부풀었다. 삶이 팍팍했던 B씨에게 A사의 고소득 약속은 매우 솔깃했다. 이 때문에 1천70만 원을 내고 곧장 등록했고 남편과 오빠, 시누이까지 등록시켰다.

결과는 참담했다. 남편과 B씨는 빌라에서 살다 빚을 갚지 못해 월세로 이사했고, 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제도와 개인회생을 진행하고 있다. 오빠는 뇌경색에 걸려 지난해 10월부터 병원 신세를 지고 있고, 시누이 역시 집과 차를 팔아도 빚을 청산하지 못해 개인회생을 준비하고 있다.

B씨 가족이 A사에 등록비, 프로모션 등으로 낸 돈은 1억4천만여 원이다. 여기서 주급 등으로 돌려받은 금액은 6∼8개월간 9천540만 원이다. 언뜻 보면 4천만 원 정도 피해를 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A사에 출근해 근무한 것까지 따지면 1억2천440만 원을 못 받았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낸 돈을 나눠서 조금씩 받은 것과 같다. 이 돈으로 생활비를 쓰다 보니 빚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B씨는 "남편은 일용직 노동을 하고 시누이는 반찬가게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다"며 "빌라에서 아파트 살아 보겠다고 아파트 프로모션까지 했지만 모두 헛수고였다"고 말했다. 이어 "A사를 나와 고소도 하고 손해배상 소송도 했지만 못 받은 돈을 받기는 역부족"이라며 "검찰과 경찰이 하루라도 빨리 수사해 A사를 일망타진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3면>
A사 피해자의 슬픈 소식은 B씨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6월에는 동생과 함께 5천만 원 정도를 A사에 투자한 70대 C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피해자들은 2017년 11월 A사에 등록하고 동생도 가입시켰지만 주급과 수당 등이 나오지 않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고시원에 살던 C씨는 사망 전 매우 생계가 어려워져 임시 거처로 옮겼다가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A사 때문에 이혼한 사람도 피해자들 사이 알려진 것만 4명이 넘는다.

A사 동업자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A사를 다니다 돈을 뜯긴 여성 중 한 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대위에 참여한 피해자만 300명이 넘고, 전체 피해자는 2천 명 이상"이라고 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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