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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석 코레일 양평관리역장
전쟁과 분단의 비극을 안고 달리는 평화열차 DMZ 트레인은 오늘도 아침 10시 15분 서울역을 떠나 1시간 30여분 지나 민통선 내 남측 경의선 최북단역 도라산역에 도착한다. 경의선의 허리가 잘려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역이 된 도라산역은 대륙으로 나아가려는 철도의 꿈이 잠시 멈춘 곳이다. 하늘은 여전히 이어져 있건만 철마가 더 이상 갈 수 없는 이곳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임을 알려주는 뼈아픈 상징이 됐다.

 DMZ 트레인은 안보와 생태관광을 위해 비무장지대를 여행할 수 있는 특화된 열차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나만의 특별한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는지…. 단조로운 여행이 아닌 의미 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DMZ 트레인을 타고 분단의 현실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과거에는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철도 고객을 어떻게 하면 편리하고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이전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기차여행의 패러다임으로 변모 중이다. 그 중 하나가 자연자원이나 지역·환경·문화 등을 철도와 접목시켜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창출해내는 기차여행이다.

 코레일은 DMZ 트레인 외에도 특화된 기차여행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운영 중에 있다. 5대 벨트 관광열차인 중부내륙순환열차, 백두대간협곡열차, 정선아리랑열차, 남도해양열차, 서해금빛열차는 산간벽지와 해안 등 관광자원이 풍부함에도 접근성이 떨어져 발길이 뜸했던 지역을 집중 개발함으로써 기차여행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상생의 길이 열렸다. 그 밖에 호텔식 관광열차 레일크루즈 ‘해랑열차’, 교육·문화·여행·IT가 결합된 ‘교육열차’, 국악과 와인을 접목시킨 다목적 종합 관광열차 ‘국악와인열차’, 아름답고 수려한 해안경관과 관광자원을 연계한 테마 레저 관광열차 ‘바다열차’, 전국 주요 장터를 중심으로 전통시장과 기차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팔도장터관광열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기차와 선박을 연계해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의 여러 섬들과 일본·중국 등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을 연달아 출시하고 있다.

 ‘철도의 나라’ 일본의 철도회사들은 호화 침대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2017년부터 JR동일본은 ‘트레인 스위트 시키시마’를, JR서일본이 ‘트와일라이트 익스프레스 미즈카제’라는 고급 관광열차를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여행요금이 1인당 50만엔(약 500만원) 이상 고급 상품이지만 지금도 예약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대표적 친환경 교통수단인 철도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테마로 특화 개발된 여행상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야 한다. 생태 보전지역에 대한 관찰·학습을 위한 생태관광은 지적 만족감을 얻고 생태계와 자연환경 보전의 필요성을 배울 수 있어 친환경 철도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테마가 될 것이다.

 오지의 간이역과 연계해 도심에서의 분주함과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을 느끼며 느림의 미학에 젖어보는 테마열차도 타 교통수단이 모방할 수 없는 철도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라 할 만하다. 거점테마역을 중심으로 관광문화 선점을 위한 지역 활성화 관광 프로그램 운영과 비교우위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지자체·지역축제와 연계한 숙박 및 체험형 상품 등 다양한 융복합형 연계 관광상품 개발도 필요해 보인다. ‘해랑열차’와 같은 고급화·고부가가치 여행상품을 통한 고품격의 서비스 제공은 잠재된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해 나갈 것이다. 국내외 기차여행 관광객 유치를 위한 서비스 전략 수립과 철도선진국의 성공사례 벤치마킹, 기차와 결합된 새로운 관광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기차여행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개발 촉진, 거시적으로는 지역의 사회적·경제적 발전을 견인하고 변화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여행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며, 심신을 치유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자기 주도의 생산적 활동이다. 이번 주말 단순한 여행이 아닌 뜻깊은 기차여행으로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재충전과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정중히 제안해 본다. 설렘과 추억을 싣고 달리는 기차와 함께 여행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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