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외출하는 도중 라디오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내가 아들에게 "이 세상은 너무 착하게 살면 바보가 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들이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해요"라고 물었고, 아내는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며 이기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일러줬다.

 이 대화를 듣는 순간, 나는 옆에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순간 멘붕 상태가 됐다. 분명 둘의 대화는 잘못됐다. 하지만 지적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조직 풍토가 서서히 이기적이고, 개인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대화에서 내가 끼는 데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차이점밖에 없었다. ‘이기주의’는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고, 사회 일반의 이익은 염두에 두지 않으려는 태도’. ‘개인주의’는 ‘사회의 모든 제도에 있어서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 등으로 국어사전에 나와 있다.

 이기주이와 개인주의를 큰 맥락으로 봤을 때는 큰 차이가 없지만, 세세하게 들어가면 미묘한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조직이 이기적으로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기주의는 개인과 사회·조직 모두를 죽일 수 있지만, 개인주의는 이기주의보다 조금 덜하다고 본다. 그만큼 변화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는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면서 동시에 사회에 대한 개인의 자율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서로의 파괴가 아닌 사회·조직의 변화에 개인의 능력과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과 사회·조직이 서로 협력하고 협업하면 상호발전의 길이 열리지만, 이기주의는 그렇지 않다.

 최근 내가 속한 우리 조직 역시 이상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사회변화에 조직이 당연히 변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조직이 한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한 무리의 편협된 생각으로 움직인다면 결국 이기적인 길로 가는 것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나의 능력과 권리를 찾고자 하면, 그 조직이 분명 살아 있어야 하고, 그만큼 탄탄해야 한다. 그런 조직 속에서 개인의 권리와 자율권 주장이 합당한 것이고, 그만큼 큰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조직이 결국 밝은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며, 그 속에 사는 우리들의 미래 역시 밝을 것이라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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