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산업단지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다니는 박성용(38)씨는 5월 1일 근로자의날에도 어김없이 출근해야 한다. 5월 초까지인 납품일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10년 동안 근무하면서 근로자의날에 한 번도 쉬어 본 적이 없다"며 "제조업 특성상 주말 근무도 3주에 1번이다 보니 5월에 있는 대체휴일이나 부처님오신날도 그림의 떡이다"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직장인 10명 중 4명은 근로자의날에도 휴무를 갖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경기도내 중소기업계와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직장인 1천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근로자의날 출근계획이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응답도 7%였다.

근로자의날 출근하는 이유로는 회사의 강제 근무 요구 때문이라는 대답이 2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바쁜 시즌이라 쉴 엄두를 낼 수 없다’(20%), ‘거래처나 관계사가 근무하기 때문’(18%)이라는 응답이 뒤따랐다.

근로자의날은 2016년 개정돼 5명 이상이 근무하는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법정공휴일이 아닌 유급휴일이기 때문에 임금을 50% 더 얹어서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근로자의날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임금 가산 지급이 마냥 반갑지 않다고 설명한다.

안양에 사는 직장인 최재후(35)씨는 "근로자의날 임금을 더 주더라도 평소에도 주말이나 공휴일에 제대로 쉬질 못하니 임금을 안 받고 쉬는 게 낫다"며 "현재 재직 중인 회사는 그나마 임금이라도 주니 낫다. 인근의 5인 미만 사업장은 해당도 안 되거니와 근로수당 자체를 안 주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5월 휴일이 많기에 납품기일과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출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원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5월은 유난히 휴일이 많다 보니 업체 사정상 직원들에게 휴일에도 근무해 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다"며 "출근자가 없으면 공장 가동 자체가 어려워 생산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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