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후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골목길에서 소방대원들이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하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방대원들이 29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골목길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하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화재가 났을 때 불법 주정차 차량이 이렇게 많으면 절대 펌프차가 지나갈 수 없습니다."

29일 오후 2시께 수원시청 맞은편 고층 오피스텔 밀집지역 일대 도로변에서 무질서하게 세워져 있는 불법 주정차 차량을 본 정자119안전센터 김두호 소방사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날 수원소방서는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구급차·펌프차·탱크차 등 소방차량들은 남부119안전센터에서 출발해 세류중학교, 정조사거리 등을 거쳐 약 9.2㎞ 구간을 운행했다.

선두에 있던 전폭 약 1.9m의 구급차량이 오피스텔과 모텔, 술집이 즐비한 도로 양쪽에 주차된 트럭과 승용차로 인해 1분여간의 실랑이를 거쳐 권선시장 쪽으로 빠져나왔다. 전폭이 2.5m에 달하는 펌프차와 탱크차도 구급차량을 따라 간신히 빠져왔지만 실제 출동상황이었으면 화재 및 구조상황 발생 시 5분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불법 주차 차량들은 출동 지체뿐 아니라 구조활동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수원소방서 윤규상 소방교는 "만약 5∼6층짜리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5∼6m 폭의 고가소방사다리차 지지대를 설치해 인명을 구해야 하지만 이곳은 불법 주정차로 인해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캠페인은 출퇴근시간대 긴급차량 출동이 지체되는 지역 위주로 진행됐다. 차량 운행이 적은 시간대여서 구급차량의 경광등이 반짝이는 것을 본 차량들은 대부분 다른 차로로 길을 비켜줬다. 하지만 여전히 소수 좌·우회전 차량들은 속도를 높여 구급차량의 앞쪽으로 끼어들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6월부터 소방차 통행 방해 금지 및 소방차 진입 시 주정차금지구역 내 불법 주정차 차량을 훼손해도 보상 책임을 지우지 않게 하는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출동 지체는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수원은 도내 지자체 중 구급출동 건수가 가장 많은 만큼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도내 구급출동 67만6천764건 중 수원소방서의 구급출동은 6만5천105건에 달한다.

지난 2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3명에게 ‘소방활동 방해 불법 주정차 차량 강제 처분 실행’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찬성 응답이 89.7%에 달했다. 반대 응답은 6.4%에 그쳤다.

하지만 현장소방관들은 민원 제기 및 손해 배상 등으로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한다. 한 소방관은 "아무리 인명을 구하기 위해서라지만 훼손 이후의 보상 및 역민원에 휩싸일 수 있어 쉽사리 이행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경호 수원소방서장은 "긴급차량 출동이 지체되면 소중한 생명에 위협이 있을 수 있다"며 "시민들의 긴급차량에 대한 양보의식 향상 및 불법 주정차로 인한 출동 방해를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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