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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가정의 달 5월을 전후로 전국 여러 곳에서 자녀교육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얼마 전에는 광주광역시에 있는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부모의 말이 바뀌면 자녀의 인생이 바뀐다’라는 특강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행사장에서 어느 초로의 신사 한 분이 제게 말을 거는 것이었습니다. "원기범 아나운서,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저는 몇 해 전에 장성 아카데미에서 원 아나운서 강연을 들었는데, 너무 인상적이어서 이번에는 자녀들을 다 데리고 왔습니다. 오늘 특강도 기대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4∼5년 전에 ‘장성 아카데미’에서 소통 특강을 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장성 아카데미’는 전라남도 장성군에서 지역 주민들과 공무원들을 위해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한 달에 두세 분의 명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프로그램입니다. 당시에 이미 20년이 넘었었고 그간 대통령, 장관, 기업총수 등 우리나라의 정관재계의 내로라하는 분들이 다녀가셨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20여 년 전 당시 장성군의 군수께서 ‘장성군 주식회사’라는 콘셉트로 ‘공부하는 장성군’을 만들겠다는 열의를 갖고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초창기에는 강사 섭외도 어렵고 여러 가지로 난관이 있었지만 잘 극복해오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리더가 지역을 어떻게 선하게 변화시키고 발전시켰는지를 볼 수 있는 좋은 사례입니다. 제가 영광스럽게도 ‘장성 아카데미’에서 특강을 했던 것인데 그때 그 강의를 들으신 분이 광주에까지, 그것도 가족들과 함께 내려와주셨으니 얼마나 기뻤던지요!

 사실 얼마 전에 제가 사회를 봤던 행사에서도 비슷한 감격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인천경영포럼(회장 안승목)이 주인공입니다. 창립 20주년 기념식과 400회 기념 특강행사가 열렸던 것입니다. ‘공부하는 경영인’을 모토로 20년 동안 중단 없이 매달 강연을 진행해왔습니다. 경영인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는 국내 가장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포럼의 안승목 회장과 임원들 그리고 수백 명의 회원들은 대단히 큰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박남춘 인천시장을 비롯해 지역의 많은 인사들이 참석해 20주년과 400회 특강을 축하해줬고 포럼의 새로운 미래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뜻을 같이한 소수의 사람들이 열정을 모아 지역 사회에 건설적인 영향을 끼친 또 다른 예가 될 것입니다.

 이번에 광주에서 강연을 하면서 새롭게 깨닫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행사 장소인 김대중 컨벤션센터에는 고 김대중 대통령을 기리는 ‘김대중 홀’이 있었습니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까지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셨던 그 분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전시물 가운데 특별히 제 눈길을 끌었던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옥중에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들입니다. 읽기가 힘들 정도로 빼곡히 우편엽서에 적힌 사연을 읽고 있노라니 정치인으로서, 민주화투사로서가 아닌 자녀들의 아버지로, 한 여인의 남편으로서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거의 모든 편지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당신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사형언도를 받고 옥살이를 하는 중에도 가족들에게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줄 수 있었던 분, 새삼 큰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정의 달입니다. 가족은 늘 곁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소홀히 대할 때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입니다. 가족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말과 행동은, 훈련을 통해서라도 꼭 익혀야 할 소통의 기본 덕목입니다. 5월에는 특히 더 필요합니다. 김대중 홀 입구에 있는 친필휘호 ‘사인여천(事人如天)-사람 섬기기를 하늘같이 하라’는 마음가짐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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