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겸 시인.jpg
▲ 정겸 시인
녹음방초 승하시절이다. 거리와 들녘은 생명력이 싱싱하고 산록마다 울울창창 생기가 넘친다. 그래서인가 5월은 여러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신록의 계절, 계절의 여왕, 장미의 계절, 가정의 달 등등, 특히 가정의 달 5월은 근로자의날을 비롯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부부의날 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가정을 등지고 화합하지 않는 자들과 불효자들은 파렴치범으로 낙인을 찍는가 하면 심지어는 극형에 처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 하지 않았던가. 즉 먼저 몸과 마음을 닦고 수양해 평온한 집안을 만든 후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오롯이 남도 민요인 ‘사철가’에도 등장한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생략)./세월아 가지 마라 가는 세월 어쩔거나/늘어진 계수나무 끝끝터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국곡투식(國穀偸食)하는 놈과 부모불효 하는 놈과 형제화목 못하는 놈/차례로 잡아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 버리고… ’ 라고 돼 있다. 다시 말하면 국곡투식 즉 나라 재물을 훔치는 자와 부모에게 불효하는 자, 그리고 형제간 화목을 못하는 자는 차례로 잡아다가 저 세상에 먼저 보낸다는 뜻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법도인가. 인륜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 가장 큰 징벌인 극형에 처한다는 뜻이다.

 복잡 다양한 현대사회에서 우리들은 가끔 가족이란 단어를 잊고 살 때가 있다.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간, 형제간, 자매간 나아가서는 가까운 집안 간 갈등을 일으키며 다툼에 이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다툼, 부모봉양 관련 다툼, 재산 관련 다툼 등 그 갈등의 원인은 많고 많지만 원점에서 보면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고 다투는 경우가 많다,

 사실 우리의 삶이란 언제나 갈등과 고민의 연속이며 그것을 해결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갈등과 고민이 말끔히 사라진 완전한 가족사가 과연 우리의 주위에 얼마나 될까? 모두 드러내지 않고 외형적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살아가는 것도 어쩌면 인생인 것이다. 결국 우리 삶은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과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괴롭고 힘든 과정도 있으며 끝내 풀어내지 못하는 문제도 있는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 앞에서 우리는 답을 구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고달픈 인생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마음의 경계에 홀로 설 때도 있다.

 경계의 이쪽과 저쪽을 번갈아 오가는 마음의 들판에 아름다운 꽃들만 피어날 수 있을까? 마음의 들판에는 비구름이 일어나고 때로는 칼바람이 불기도 한다. 그 경계의 들판에는 언제나 외면할 수 없는 일들이 웅성거릴 때가 많다. 그런 경계의 어지러운 들판에서 언제나 세상의 꿈들이 싹트는 것이다. 과거는 과거이고 현재는 현재다. 과거에 얽매이다 보면 미래를 놓칠 수 있다. 부모 자식 간, 형제끼리, 부부끼리, 친인척끼리 어떤 갈등과 반목으로 인해 한동안 소원하고 섭섭함이 있었다면 누군가 먼저 다가가서 손을 내밀고 미안함과 용서를 구하고 호소하는 것이다. 형제간 다툼으로 설 명절이나 추석명절 등 우리나라 최대 명절에도 고향의 부모를 찾아오지 않는 형제들이 종종 있다. 이런 경우를 위해 5월 한 달을 ‘홈 커밍데이’로 정하고 ‘화합의 달’로 정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원래 홈 커밍데이는 집으로 돌아오라는 귀향의 뜻이다. 그런데 요즘은 보통 모교 방문의 날로 정하고 졸업생들이 모교를 방문해 학창시절 가르쳐주신 스승님들도 찾아뵙고 동기 동창들 간의 우애를 다지며 후배들에게는 좋은 선배들이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행사로 진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친하게 지냈던 동무들끼리 어떤 갈등에 의해 감정의 골이 깊어질 때 누군가 먼저 나서서 과거의 잘못을 덮어주며 모든 것을 용서해주고 화해하는 날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했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린다. 부모 자식 간 그리고 형제간 자매간 그동안 소원한 일이 있었다면 모든 것을 용서해주고 서로 손을 맞잡으며 돈독한 우애를 나누길 바란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