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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한림병원 이사장
만화방창(萬化方暢)이라고 했던가,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미세먼지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심란하게 하지만 그래도 개나리, 진달래 같은 봄꽃이 만발하고, 노곤한 낮잠이 너무나도 달콤한 계절인 봄은 여전히 모든 사람을 설레게 하는 계절이다.

 그래서일까 봄이 오면 자연의 싱그러운 향취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이 산으로 바다로 향한다. 이런 봄날 일상에서의 탈출은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지만, 자칫 이런 탈출이 일탈과 방심이 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난 3년간 해양사고 통계를 살펴보면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4월(230건)이 되면 1~3월(월평균175건)에 비해 사고 발생이 약 30% 정도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온한 바다는 힐링의 장소이지만,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바다의 또 다른 모습을 모르고 다가가는 사람들에게는 통곡과 아픔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봄이 되면 잊을 수 없는 한 가지 상처가 가슴에 새겨져 있다. 해양경찰은 그 상처를 잊지 않고 국민이 부여한 소중한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노력의 성과가 국민의 눈높이에 만족할 만큼의 수준에 도달했는지는 합리적이고 진지하게 평가해 볼 일이다.

 그것은 국민 모두와 해양경찰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그 상처를 잊지 않고 제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바다에서 구명조끼 착용은 자동차의 안전벨트를 매는 만큼이나 기본적인 안전수칙이다. 그러나 그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해양 레저객들과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오는 경우를 우리는 방송과 신문을 통해 간간이 보게 된다.

 바다의 교통사고인 선박사고를 살펴보면 ‘기본 안전수칙 준수’ 중요성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해양경찰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연간 3천150여 척의 선박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정비불량, 운항부주의 등 기본적인 안전·정비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사고가 2천730여 척으로 전체의 8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조금의 정성과 시간만 투자하면 지금 발생하고 있는 사고의 약 87%는 예방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해양경찰이 있다. 그리고 해양경찰은 국민이 요구하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각고(刻苦)의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그들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고 발휘될 수 있도록 정당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어떠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초능력을 발휘해 언제 어디서나 국민을 구할 수 있는 슈퍼 영웅은 아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요구하는 기준의 이면에는 우리도 당연히 이 정도의 기본적인 안전수칙은 지키고 있다는 신뢰가 전제돼 있어야 한다.

 해양경찰을 객관적으로 지켜보고 평가해야 하는 만큼 우리도 그렇게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킨다는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해 봐야 하지 않을까?

 객관적인 통계 숫자로는 우리들의 아주 기초적인 노력과 정성만으로 87%의 해양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안전한 바다의 시작은 바다를 즐기는 나부터 아주 사소한 기본과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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